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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agio Jan 24. 2023

제20장[휴식은 사치일 뿐인 건가요?]

"으.. 머리 아파.."


역시, 어제 마지막 술자리에서의 과음이 문제였던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려다가 


'아.. 맞다.. 나, 오늘부터 출근 안 하지..'


라며 자각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안 일어나냐!"


문 밖에서의 날카로운 어머니의 목소리는 나의 몸을 억지로 일으키게 하였다. 


나는 일어나 씻고 아침밥을 먹었다.


"정신 차리고 일자리 구해야지!"


라는 어머니의 그 말이 왜 그렇게 서글펐을까..


나는 일련의 사태 이후 그로기 상태였으므로 휴식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휴식이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는 없었다.


그런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거란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별수 없이 나는 아침밥을 먹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밥을 다 먹고 나서, 노트북을 챙겨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집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 멍을 때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 내가 왜 이런 거지 같은 일을 겪어야 하는 건데..'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았고, 흐르는 눈물을 계속 훔쳤다.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고,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것을 포기하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을 만큼 울고 나서, 나는 그 벤치를 벗어났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까지 우리 집과 반대방향으로 하염없이 걷기로 마음먹었고, 계속 걸어 나갔다.


2시간쯤 걸으니 발바닥이 너무 아팠고, 발바닥이 아프니 신기하게도 잡념이 사라졌다.


그렇게 걷다가, 우연히 근처에 경관이 좋은 카페를 발견하였고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할 겸 그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들어가서 크로크무슈 하나와 콜드브루 한잔을 시키고, 바이브레이터를 받아 자리를 맡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니 탁 트인 공간과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평소 어딜 가든 창가자리를 좋아했기에 무심코 창가자리로 향했는데, 창밖의 우거진 나무숲들과 시냇물의 조화는 단연 최고였고, 이윽고 창문을 투과해 비치는 햇살 등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나에게 묘한 힐링을 주었다.  


주문한 크로스무슈와 콜드브루가 나왔고, 나는 음식을 들고 미리 맡아놓은 2층 창가자리에 앉았다. 사람들도 많이 없어 사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노트북을 켜놓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연신 창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게 4시간 정도 멍을 때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집 보다 카페가 더 편안한 적은 처음이었기에 더 머물고 싶었으나, 집에 가야 할 시간을 고려하여야 했기에 지체 없이 여기를 나가야 했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카페를 떠났고, 돌아갈 때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도 창문 밖을 응시하였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집으로 도착하고, 


"다녀왔습니다."


한마디 인사를 건넨 후, 내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의 수습해제에 관한 소식을 들은 몇몇 지인들의 연락이 있었고, 그들은 내 멘털이 괜찮은지 확인하는 등 나에 대한 안부를 물어보았다.


그중에는 노무사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형들도 있었는데, 형들은 내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진행한다면 구제신청에 대한 수임을 본인들이 맡을 테니,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기운을 차리라며 응원해 주었다.


너무 든든하였고, 사람을 통해 힐링을 받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 내 주위에는 이렇게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 난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어.. 힘내자..'


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며 그렇게 이른 잠에 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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