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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묘곡

다정도 병인양하여

by 카타

4년 전, 고양이를 냥줍 하면서 다정도 병인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


동물에 대한 다정이 지나쳤던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 금붕어를 키울 때도, 십자매를 키울 때도, 거북이나 햄스터, 저빌, 고슴도치, 기니피그 등 여러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그 시간에도 분명 다정도 병이었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 동물에게 다정도 병인 것이 이제 와서 왜 특별히 문제가 되는가.


우선, 고양이란 녀석들은 어딜 가나 자주 눈에 띈다는 것이 문제다. 길을 걷다가 배 곪은 십자매나 거북이, 고슴도치를 만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만, 길고양이는 시시때때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다정도 병인 고질병을 상기시켜 주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렇다고 만나는 모든 녀석들을 냥줍해 올 수 없는 것은 아닌가.


또 한편으로는 (길생활을 하는 고양이들에게 우리나라 환경이 썩 좋지는 못하다는 것은 차치하고,) 자유롭게 넓은 공간을 뛰놀면서 다양한 생명체와 접촉하며 지내는 삶을 즐기는 고양이들도 분명 있을 수 있을진대, 길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냥 나의 몹쓸 고질병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그렇게 또 한 번 고질병을 상기시키는 고양이와의 만남. 벌써 몇 달 전인데 손 한번 흔들어주었더니 먼 곳에서 놀자고 깡충거리며 뛰어왔다. 쏜살같이 달려와서 처음엔 다른 짐승(?)인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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