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무래도 밥보다 빵이 주식인 나라라서 그런지, 마트의 빵 코너에만 가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종류도 맛도 참 다양하다. 그만큼 유혹도 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트에서 사 온 빵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늘 따라왔다. 그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간편하고 맛있다는 이유 하나로 마트에 갈 때마다 빵을 사오곤 했다.
그러다 작년 10월, 남편의 친구가 사워도우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빵이란 자고로 사서 먹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겐 ‘사워도우가 뭔데?’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밀가루와 물만으로 '사워도우 스타터'라는 걸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스타터로 천천히 발효시켜서 빵을 만든다는데 생각보다 과정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번쯤은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처음으로 사워도우 스타터를 만들던 날이 지금도 생생하다. 밀가루 100g에 물 100g을 넣고 유리병에 조심스레 섞어둔 날. 그저 그런 반죽 한 덩이였을 뿐인데, 하루하루가 지나며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거품이 생겼는지, 냄새는 어떤지, 묽기는 적당한지. 하루에도 몇 번씩 병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그 스타터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이름까지 붙여주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 집 주방 한 켠을 차지하고, 매일 아침 나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존재가 되었다. 간밤에 잘 지냈는지, 배는 고프지 않은지, 유리병 속을 요리조리 살펴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마트에 가면 여전히 시판빵은 많지만, 나는 이제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가 직접 빵을 만들어 먹고 싶다. 발효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과정도 번거롭다. 하지만 그 모든 기다림 끝에, 내 손으로 성형하고 오븐에 구워낸 따끈한 빵을 꺼내는 순간, 그 감동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다.
마트에서 파는 시판빵처럼 매끈하진 않다. 투박하고 어딘가 못생긴 구석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만든 빵은 건강하고, 맛이 깊고, 무엇보다 '스스로 키운 반죽으로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없이 소중하다. 입 안에 퍼지는 풍미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만든 정성과 기다림의 맛이다. 그 맛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빵을 대하는 마음마저 달라졌다.
빵은 자고로 만들어 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