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의지하세요?
요즘은 손쉽게 인공지능 AI를 접할 수 있다. 과거의 사람들이 꿈꿨던 그런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스마트폰, 선이 필요 없는 이어폰 등등. 과거의 사람들이 미래는 이런 모습이겠거니 하며 상상했던 모습들이 바로 현실이다.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무한에 가까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가능하며 전 세계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을 갈 때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어 동선을 짜거나 맛집을 검색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요즘에는 블로그나 유튜브, 혹은 소셜미디어 같은 다양한 매체로 일반인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뜬금없이 '프랑스 파리의 맛집'이라고만 간단하게 검색해도 끝도 없는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개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당 식당의 평점을 내린 것이나 후기를 써놓은 것을 보며 정보를 추려 여행 동선을 짜는 것은 이젠 당연한 일이 되었다. 영화를 보러 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개봉한 영화의 평점과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고 영화를 보러 갈지 말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그들 중에 한 사람이었다.
한 번은 우연히 한 스포츠바에 가게 되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했다. 우리 테이블을 담당했던 서버도 친절하고 주기적으로 우리를 체크하며 필요한 건 없는지, 음식은 괜찮은지 확인하며 우리를 살뜰하게 챙겼다. 가게의 분위기도 통통 튀는 느낌의 젊은 느낌이라 좋았고, 일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웃으면서 잘 소통이 되는 듯했다. 음식도 정말 맛있었고 양도 충분해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와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구글맵을 켰다. 우리가 먹었던 그 스포츠바의 이름을 보기 위해서 구글맵에서 클릭을 했는데 웬걸, 별점이 2점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오래전, '전우치'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중학생 때부터 강동원의 팬이라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먼저 보고 온 동기들이 유치하고 돈 아깝다며 불평을 늘어놓았고 인터넷에서도 비슷한 불만을 터놓은 글들을 읽어서 고민하는 사이에 시기를 놓쳐 결국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학교 도서관 영상실에서 영화를 보려다가 전우치를 빌려볼 수 있다길래 바로 빌려서 혼자 조용히 감상했다. 뭐야, 이렇게 재밌는 영화를 내가 영화관에서 못 봤다고? 그때 머릿속에서 아차! 싶었다. 지금껏 이런 식으로 놓쳐버린 즐거움이 얼마나 많이 있었을까. 그제야 지금껏 알지도 못하는 남들의 판단에 괜히 겁을 먹고 나 스스로의 즐거움을 포기했다는 걸 알았다.
세상은 점점 더 진화하고 인터넷은 여전히 편리하다. 타자 몇 번만 치면 흘러넘치는 광고와 무분별한 정보들 사이에서 내 즐거움은 스스로 찾아보겠다. 남들에겐 별로인 것이 나에겐 좋을 수 있고, 나에겐 별로인 것이 그들에겐 좋을 수 있다. 상대적인 평가는 절대적인 평가가 아니기에, 나만의 맛집 리스트, 나만의 영화 리스트, 나만의 리스트들을 만들어가며 이 세상을 즐겁고 재미나게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