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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언영 May 17. 2021

코로나 시대의 밀레 마을, 바르비종

일요일, 어디 나들이 갈만한 곳이 있을까 싶어, 이곳저곳을 검색해 보았는데 고흐 마을은 너무 멀고, 베르사유 인근 농장은 오전만 문을 열었다고 하고, 그나마 제일갈 만한 곳은 바르비종이라, 구글 지도 검색에 30여분으로 나와있어 선뜻 나섰다. 일요일 오후를 또 컴퓨터 앞에서만 보내고 싶지 않았다. 


목적지가 다가오니 땅이 젖어있다. 파리에서 60킬로 떨어진 곳이라 기후 차이가 있었다. 밀레가 그의 아홉 자녀와 함께 26년간 살았던 집이 있는 바르비종은 아기자기하고 나름 운치 있는 시골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서니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일요일 오후, 밀레 생가와 즐비해 있는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로 붐비었을 터인데, 코로나 여파로 인해 한적하기만 하다. 간혹 사진기를 맨 이들, 혹은 인근 주민인듯한 노부부만 보일뿐... 


밀레가 고흐와 주고받은 편지가 전시되어 있고, 그의 작품들이 있는 오래된 그의 생가는 당연히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갤러리 한 곳이 문이 열려 있어 반가워하며 들어가 보았다. 주인은 책을 팔겠다고 해서 문을 열 수 있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예술 작품 외에 책들을 꽤 많이 비치해 놓았다. 사업 수완 좋은 갤러리스트였다.


덕분에 오랜만에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크지 않은 갤러리인데도 불구하고 안쪽과 2층까지 작품들을 전시해놓아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식당 영업이 금지된 지금, 마을 한 중간에 있는 어떤 식당은 아이스크림, 스낵, 샌드위치 등을 포장 판매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어쨌든 무언가를 사 먹을 수 있다는 게 반가워, 우리도 그 앞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서 큰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저녁거리 겸 해서 라자냐 Lasagne를 샀다. 주인은 아주 친절했다. 아이스크림을 못 골라 주저하는 아이에게 미리 아이스크림을 맛보게 해 주었다. 

시골이라 인심이 좋아서인지, 코로나 시기에 포장 판매 손님 한 명이라도 확보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라자냐에 곁들인 신선한 샐러드에 갓 구워 따끈한 빵까지 봉투에 넣어주길래 빵 한 점을 뜯어먹어 보니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마침 문을 연 빵 집이 있어, 트라디시옹 Tradition 바게트를 샀는데, 집에 와서 버터 발라 먹어보니 맛이 환상이었다.


코로나 시기라 밀레 생가도 못 들어가 보고, 갤러리들 구경도 못했지만, 저녁거리 사고, 빵도 사는 등, 멀리 가서 장을 보고 온 듯했다.


돌아오는 길, 비 온 뒤 갠 청명한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피어있었고, 한가닥 빛이 구름 사이를 뚫고 땅을 향해 쏟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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