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그동안 브런치를 마음 한편에 담아만 두고 짧은 인스타 업로드에 만족하는 일상을 보냈다.
8월 중순, 내 삶에 새로운 이벤트가 생겼다. 한 출판사와 연이 닿아 카드도서 출판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카드도서는 종이 인쇄물의 형태가 아닌 NFC 방식의 책으로, 카드를 휴대폰에 대면 웹사이트가 열려 글을 읽을 수 있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출판은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면 그때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막연히 꿈꿨을 뿐이다. 그런데 운 좋게도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지 않아 뜻밖에 기회가 찾아왔다. 다소 부족할 수 있어도 용기 내어 도전해 보기로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앞으로 겪을 모든 일들은 나의 경험 자산이 될 것이다.
카드도서에는 사회생활, 인간관계 등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브런치에 썼던 글을 활용할 생각이었는데 쓰다 보니 거의 새로 쓰는 느낌이다. 다시 쓸 글감이 있다는 게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다.
이번에 준비하는 카드도서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의 자율성이 높다는 것이다.
[작성부터 편집까지]
작가는 원고 작성뿐 아니라 어느 정도 편집자의 역할도 한다. 그 말인즉 원고의 목차부터 흐름, 글의 톤, 챕터 별 분량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고를 쓰는 것과 원고가 어엿한 책의 형태가 되도록 다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축에 속해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원고 작성과 동시에 편집을 고려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이 작업도 직접 해볼 수 있다는 게 새롭기도 하고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디자인 방향도 내가]
종이 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물의 형태가 다른 것이다. 신용 카드의 디자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책이지만 심플하다. 키링 형태를 선택하면 더 작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래도 디자인의 중요성이 클 것 같다. 이 제품의 경쟁작은 책이 아니라 귀여운 인형 키링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요청드릴 수 있다니. 나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예술 작품 같은 디자인에 마음이 가는데 가능할지는 아직 모른다. 아무튼 나에겐 이 사실이 굉장히 설레는 포인트였다.
[분량도 자유롭게]
카드 도서는 글이 웹페이지에 펼쳐지므로 분량 면에서 거의 제약이 없다. 도서 가격은 1만 원 정도로 책정되나 독자에게는 부디 지불한 금액 이상의 가치가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원고 퀄리티를 높이고 가능한 많은 글을 담는 것이다. 또한, 조각 글 모음이 아닌 완성도 높은 책의 형태가 되게끔 구성하는 것이다. 대표님께서는 크게 바라는 게 없으신 듯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최대한 책의 형태까지는 갖추고 보내 드리고 싶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나날이다. 처음에는 해왔던 것처럼 쓰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엔 내 글이 정말로 읽는 이에게 힘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자기 검열의 굴레에 걸려든 느낌이다. 글을 쓰는 매 순간이 나와의 싸움이다. 이 글을 독자가 공감할 수 있을까, 이 사례가 독자에게 와닿는 사례일까 등. 많은 시간과 애정을 쏟아부으면 자기 확신이 생길까 싶다. 모든 작가 분들이 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오셨겠지. 9월까지는 모두 마무리하고 싶은데 부디 내 체력이 나를 잘 따라 준다면 좋겠다. 훗날 내가 이 순간을 더욱 사랑하고 추억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