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 아니었나?
할 일 없으면 으레 들여 다 보는 게 카톡이다.
카톡은 지인들의 프로필이 바뀌었다고 친절히
알려주기까지 한다.
왜? 모르겠다. 뭐 궁금하지도 않다.
아버지의 프로필 사진이 또 바뀌었다.
가끔 나가시는 사회복지관에서 이상한 걸 배워 오셔서
은근슬쩍 보여주시는 것에 보람을 느끼시는 분이다.
뉴욕에 있는 아들이 관심을 가질 리 없다.
또 사진을 바꾸셨나 보다 했는데,
이번에는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었다.
열정!! ENFJ
솔직히 많이 놀랬다.
80세 노인이 부르짖는 열정이 아니었다.
80세 노인이 MBTI를 해보셨네도 아니었다.
내가 놀란 건 첫 알파벳 F 때문이었다.
MBTI에 대해 잘은 몰라도 I와 E 차이 정도는 안다.
내가 기억하는 첫 만남부터 말없이 조용하셨고,
모험이나 새로운 것은 무조건 거부하시는 분이 E? 갑자기?
아버지는 어떤 모임에서도 계셨는지 안 계셨는 지를
헷갈리게 하시는 존재감 전무의 존재였다.
목소리마저도 여리여리 조용조용하시다.
혼잣말인지..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듣는 사람에게 고민의 시간을 선사하신다.
E 다음의 NFJ는 생각해 볼 겨를도 없다.
평생을 내향적이라고 생각했던 분이 외향적이라고 하시잖나.
도대체 어디서 무슨 테스트를 하신 거지?
MBTI 테스트를 하시면서 워너비를 고르신 건가?
MBTI에 대한 의구심만 커지게 된 계기가 됐다.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는 절대 E 같은 사람이 아니다.
테스트 결과 나는 INTJ 란다.
사고형 답게 좀 더 생각을 해봤다.
만약 아버지가 진짜 E 타입이라면?
나는 아버지를 너무 몰랐다는 당연한 결과가 따라온다.
내 아들에 대해서는 첫 만남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알려고 했으면서, 더 오랜 시간 알고 지냈던 분에 대해서는 정작 아는 게 없다.
솔직히 MBTI 테스트에 의심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조그만 가능성에 아버지를 다시 발견해보려 한다.
집안에서는 철저히 I 셨던 분이 바깥에 나가서는
어떤 분으로 변신을 하는지는 열외로 하겠다.
아버지를 너무 몰랐다는 반성에서 시작해 볼 생각이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분의 일부분이기라도 했을까?
당연하다는 생각이 낯설기만 하다.
삶에 당연함은 없다고 다시금 느낀다.
아버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아들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안다.
아들을 평생 속이신 거예요?를 따질 겨를이 없다.
희한하게도, 내 아들도 아버지와 같은 ENFJ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두 사람이 나보다 친한 건가?
ENFJ와 맞지 않는 타입 중에 INTJ 가 있단다. 그게 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