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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Oct 06. 2024

모녀대첩

도봉산 원도봉 포대능선


어젯밤 딸을 울렸다

서류 떨어지고 면접 떨어졌다며

밥먹다가 울먹였다

어줍잖은 조언 해버렸다


아침 도봉산 

으르렁 두 바위

우리 닮았다

작은 구멍 하나 보인다

저 작은 틈 통과해야 한다

두툼한 등산 가방 벗어 던지고

낮은 자세로 기어서

어지러운 상념에 쉽지 않다

등 돌린 모녀

미안하다 말할까

뭘 잘했다고 지가 먼저 화를 내?

방문 열었다 그냥 닫았다 



바위 타고 밧줄 잡고 

헛디디면 추락 진땀이 삐질삐질

목적지는 어디쯤 한숨만 나온다

딸도 지금 이런 심정일까

한 걸음도 쉽지 않네

나도 20대 때 그랬는데

울고 좌절하고 다시 오르고

잊고 있었다

달 대신 등을 바라본다

신라 고찰 망월사 위로

구름 가득하다

맑았다 흐렸다 하는 거지 뭐


별 것 아닌 거에 

성질부렸다

내려 가서 

먼저 사과해야지

남편이 묻는다

맘 정리 됐어?

응!

그럼 이제 내려가자



목적지도 안가고

하산 하잰다

산에서 날 굴린 이유 알았다

뱃살 말고 욕심 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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