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롱 Dec 10. 2024

관점

“우리 반이 공부를 너무 재밌게 잘한다고 소문이 났어.

중간에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리고 다른 반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셔도 놀라지 마.

평소처럼 그냥 앞만 보고 공부하면 돼.”

동료 장학을 앞두고 혹시나 또 1학년 특유의 순진 발랄함에 난처해질까 미리 단속을 했는데

여덟 살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들을 리 만무하다.

“언제 교장 선생님 와요?”

“우리가 공부 잘하는지 선생님들은 어떻게 알았대요?”

“아무도 안 오는데요.”

수시로 고개가 돌아간다.

“어머, 조금 전에 모두 다녀가셨는데 못 봤구나.

너희들 안경 오릴 때 잠깐 보고 가셨어.”

“아이~ 인사하려고 했는데...”

“이상하다. 아무도 안 왔는데.”

상황 끝. 


-뭐가 보이니?

-예쁜 언니요.

-머리 긴 여자요.

-요 쪽을 함 봐봐.

-어? 어? 저건, 코 삐쭉한 마녀가 보여요.

조금만 다르게 보면 전혀 딴 그림이 보이는 자료 몇 개 보여준다.

-신기해요. 또 보여주세요

-이걸 ‘관점’이라고 하는데 조금만 방향을 바꿔서 보는 거지.

셀로판테이프로 3D 입체 안경을 만들어본다.

안경을 오리고 빨강 파랑 셀로판테이프 붙여서 써 본다.

자~~ 마법이야~~

짠!

와!! 와!! 함성이 터진다.

방금 봤던 평면 그림이 조금 입체적으로 보일 것이다.

진실을 고백하자면 사실 아주 조금 튀어나와 보인다.

그런데 아이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나도 신이 나서

아기 공룡 애니메이션을 덤으로 보여준다.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진다.

박수까지 친다.

-실감 나요.

-막 튀어나오는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 거리는 아이 몇 있다.

-난 별 차이 없는데.

-안경 쓰나 안 쓰나 똑같아요.

맞다. 

사실 별 차이 없다.

함성 지르는 아이들 틈에서 **가 갑자기 안경 집어던진다.

“내 안경 이상해요. 공룡도 다 안 튀어나와요.

선생님 만든 것 하고 바꿔 써도 돼요?”

“그럼.”

여전히 별 차이 없나 보다. 

신나게 공룡 애니메이션을 보는 친구들 틈에서 속상해하는 **.

화가 나는지 또 안경을 들고 씩씩 거린다.

가만히 옆에 다가가서 귓속말해 본다.

“사실은 조금밖에 차이 안나. 소리 지르는 친구들이 조금 오버하는 거야.

선생님도 **와 똑같이 별 차이 못 느끼겠어.”


한바탕 함성과 박수가 지나간 후 고요가 찾아왔다.

중요한 건 같은 그림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친구를 ‘좋은’ 눈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정리해 준다.

-뭐든 천천히 하는 친구, 답답할까?

-아니요, 정성 들여서 꼼꼼히 해요.

-실수도 덜 해요.

-맞아, 맞아. 말 많은 아이는 시끄럽기만 할까?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어 좋아요.

-옆에 있으면 재밌어요.

“맞아, 우린 친구를 볼 때 긍정적이고 좋은 눈을 갖자.

3D 안경, 빨간색 셀로판 안경은 온통 빨간색으로 보이는 것처럼

우린 온통 좋은 눈으로 친구를 바라보자.”

“네!!!” 

바깥날씨는 을씨년스럽지만 아이들 웃음만은 따스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