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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끝판왕 '마누라'

이실직고합니다

by 포롱


남편은 나를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한다.
나도 안다.
내가 좀 모순덩어리라는 거.

하지만 세상에 모순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딨나.
특히 결혼해서 살다 보면
논리보다 감정이 이길 때가 많다.


비이성적인 나의 행태,
이실직고해보려 한다.


밤 10시 30분.
남편에게 어김없이 소리친다.
“TV 끄고 자자!”
꿈쩍도 안 하는 남편에게 잔소리 퍼붓는다.
“내일 출근해야지!”
밖으로 나가 팔을 잡아끌고 들어온다.

내가 OTT 드라마를 몰아볼 때가 있다.
남편이 그만 보고 자자 해도
“불금인데 뭐!”

들은 척도 안 한다.
아… 써놓고 보니, 나 좀 심하다.


국도 있고 반찬도 있는데
라면 먹고 싶다는 남편.
“건강에 안 좋아,절대 안 돼.”
내가 라면이 땡기면?
그냥 끓인다.
김치까지 곁들여 남편에게 내민다.
아… 나 좀 이상한 사람이다.

추운 밤, 남편이 이불속 데워놓으면
시린 발을 남편 허벅지에 슬쩍 갖다 댄다.
남편이 질겁하며 도망가면 뭐라 한다.
내가 먼저 누워 있으면?
남편이 발 들이댈까
이불을 꼭 눌러가며 방어벽 쌓는다.
아… 나, 진짜 치사하다.


남편이 친구들과 해외 골프 여행 가고 싶단다.
“남자들끼리 왜? 뭐하러?!”
단칼에 잘랐다.
나는 친구들이랑 캄보디아도 가고, 몽골도 갔다.
“패키지고, 언니들과 함께니까, 괜찮아.”
아… 나 좀 얄밉겠다.


남편이 여사친이랑 등산 간다면
분명 난리 날 것이다.
내가 남사친이랑 가는 건?
당근 괜찮다.
왜냐면,
남편 여사친 도덕점수는 모르지만
나는 도덕점수 100점이니까.
아… 나, 이거 말 되나?


남편은 배고픔을 못 참는다.

꼭 밥 할 때 눈치 없이 빵 집어 먹는다.
“밥 금방 돼! 참아!”
단호하게 뺏는다.
내가 배고플 땐?
몰래 먹는다.
아… 칼자루 쥔 사람의 특권이라 우기고 싶다.


남편이 딸들에게 소리치면 싫다.
왠지 새아빠가 내 새끼 잡는 것 같아 화난다.
나는?
친엄마니까 괜찮다.
아… 이건 또 무슨 논리지?


진짜 비이성의 끝판왕,
내로남불의 극치 마누라다.


남편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이런 마누라랑, 군소리 없이 살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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