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민이에게
*민아, 안녕.
오늘 우리 반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어.
루돌프랑 썰매, 선물 주머니를
알록달록하게 색칠하는
아이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천천히 번지더라.
캐럴송을 틀어 주니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흔드는 아이도 있었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달라고
또박또박 편지를 써 내려가는
아이들도 있었어.
엄마 아빠에게 카드를 주겠다며
“사랑해요”라고 적으며
하트를 뿅뿅 날리는
아홉 살 아이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문득
네 얼굴이 떠올랐어.
우리 *민이는
방학을 했을까?
함께 지내는 누나들, 형들, 동생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지,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는 썼는지,
모든 게
궁금해진다.
지난여름 방학학교에서
우리 처음 만났지?
함께 보낸
3박 4일,
*민이는 어땠니.
구구단 외우는 게 힘들어
온몸을 비틀면서도
입술을 앙다물고
끝까지 해내고
장기자랑 무대에서
춤을 추던 네 모습은
지금도
나를 미소 짓게 만들어.
캠프 마지막 날 아침,
밥을 먹다가
네가 조용히 말했지.
“유현미 선생님이랑
헤어지기 싫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아홉 살 *민이는
그동안 어떤 이별을 하며
살아왔을까.
혹시 선생님이
너에게 슬픔 하나를
더 얹어 준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쳤단다.
그런데 *민아,
너에게 꼭 하고 싶은 고백이 있어.
*민이를 알게 된 뒤로
선생님의 방학 1순위는
여행도 아니고,
연수도 아니야.
바로
너를 만나는
‘방학학교’야.
우리 반 아이들과
재미있는 보드게임을 하다가도
“아, 이건 *민이랑도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불쑥 들고,
좋은 그림책을 만나면
“이 이야기는 *민이에게도 꼭 읽어 줘야지.”
혼잣말을 하게 돼.
이번 겨울 캠프에도
공부거리와 놀거리를 가득 담은
커다란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끌고 갈 것 같아.
우리 반 친구들은 요즘
세상에서 성*이가 제일 부럽대.
선생님이랑 3박 4일이 궁금한 거지.
자기들도 같이 데려가 달라고 아우성이야.
걔들은 아직 모르는 거지.
우리가 캠프 내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말이야.
그래서 선생님은 생각했어.
공부도 좋지만, 그 사이사이에
너와 함께 웃고, 떠들고, 놀아야겠다고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공부만 하는 캠프는
아홉 살에게 잔인하거든.
지금 재미있는 놀거리
몇 가지를 생각해 두고 있단다.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하지?
기대해도 좋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렘은
생각만 해도 참 좋은 감정이야.
그런 마음을 나에게
알려 준 사람은 바로 너야.
고마워, *민아.
선생님도
너에게 그런 감정을 선물했으면 좋겠다.
우리 다시 만나는 날까지
감기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렴.
선생님은 손꼽아 그날을 기다릴게.
안녕.
2025.12.24
너의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