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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Nov 06. 2024

사과는 주고 초콜릿은 받고

쉬는 시간 풍경이 바뀌고 있다.

끼리끼리 모이고 있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간단한 게임을 하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서 잘 노는 아이도 있다.

이야기 책을 읽거나 독서록을 쓰고

받아쓰기 급수표를 미리 쓰며 시간을 보낸다.

내 주변을 맴돌던 아이들이

참 많이도 컸다.


쉬는 시간 **가 다가와서는 그런다.

“저는 친구가 없어요.”

“응?”

“엄청 친한 친구가 없다고요.”

“우리 반 19명이 친구잖아.”

“봐요.

지금 **와 **,

저기 **와 **,

** 와 **도 맨날 같이 놀잖아요.”

“친한 친구 만들고 싶구나.”

“네.”

“음~

그런데 쟤네 말고 단짝 없이 친구로 지내는 애들도 많아.

선생님 비밀 하나 알려줄까?”

“네.”

“선생님도 사실 학교에 단짝 친구 없어.”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단짝 친구 없어서 속상한 친구 있냐고?

몇 명이 손을 든다.

단짝은 그리 쉽게 주어주는 보물이 아니라고 했다.

선생님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너희들이 있어서

친하진 않지만 서로 잘 지내는 친구들이 있어

괜찮다고 했다.

쉬는 시간 **가 가만히 내게 다가와서 귓속말을 한다.

“선생님, 앞으로 제가 선생님 단짝 친구해줄게요.”

“어머, 진짜? 고마워! 앞으로 나의 베프는 **이야.”


수학시간 세수의 덧셈과 뺄셈 공부 중이다.

손가락을 접어가며 문제 풀던 녀석들이

이젠 눈알 굴려가며 척척 풀어낸다.

힘들게 낑낑 대며 애쓰는 친구 옆엔

어김없이 꼬마 선생님이 달려간다.

“친구가 도움 요청할 때만 가야 해.

혼자 해결해 보는 게 먼저야.

그러다 도저히 모를 때만 도움 요청 손들기야.”

수학이 싫다던 **가

요즘엔

수학시간만 기다린다.

“오늘 수학 언제 해요?”

“이거 너무 쉬워요. 재밌어요.”

“저 잘하지요?”

멀리서도 엄지 척해준다.

배시시 웃는 **.

교사나 부모님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거나

도와줘도 아이들의 변화는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 저학년엔

교사의 도움도 부모의 역할도 중요한지도 모른다.


자리를 바꿨다.

**이가 책상 모서리를 가위로 긁어놨길래

자리 옮길 때 그것 들고 가라고 했다.

갑자기 울상이 된다.

“선생님이 분명 말했는데.

학교에 있는 물건은 너희들 것이 아니라서

함부로 낙서하거나 망가뜨리면 안 된다고.”

너의 행동에 단호하게 책임을 지라고 하니

고개를 흔들어가며 거부의사를 밝힌다.

‘이걸 어쩌지? 그래도 가르쳐야지.’

“** 책상,

가위로 긁어놓은 책상에

앉게 된

**이 속상하겠지요?

이런 책상 갖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그때 갑자기 여러 명이 손을 든다.

“선생님, 제가 바꿔줄게요.”

“저도 괜찮아요.”

“나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헉~ 마음 대따 넓은 녀석들.

혼쭐 내려던 교사의 시나리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가 친구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했구나.

그래도 다음부터는 절대 책상에 상처 내면 안 돼.”

그제야 표정이 환하게 바뀌는 아이.


일주일에 한 번인 강사선생님의 안전 수업시간.

책가방을 들고나갔더니

“선생님, 어디 가요?”

“아니, 여기 책이 있어서 들고 가는 거야.”

“제주도 잘 다녀오세요.”

엥? 갑자기 웬 제주도?

“배낭 메고 가시잖아요.”

아~

수업 끝나기 무섭게 또 우르르 마중행렬

어쩜 이렇게 새끼오리처럼 졸졸졸 따르는지.

“고 녀석 참 엉뚱하네.”

“잠시도 가만 안 있고 선생님 혼을 쏙 빼놓는단 말이야.”

수업 중 산만하고 엉뚱한 말 잘하는 **에게 한소리 했다.

알림장에 쓰면서

국어시간 수업 주제인

‘친구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가 손을 번쩍 든다.

“선생님도 저한테 기분 나쁜 말 했잖아요.”

“응? 내가? 언제?”

“아까 나보고 ‘고 녀석’이라고 욕하고 엉뚱하다고 했잖아요.”

“그 그래. 그랬지. 기분 나빴니?”

“엉뚱하다는 게 나쁜 말이죠?”

“‘고 녀석’은 욕은 아니지만 네가 기분 나빴다니 그럼 쓰지 말아야겠네.

엉뚱하다는 건 수업시간에 자꾸 수업과 관계없는 딴 말을 하니까.

어쨌든 기분 나빴다니 사과할게.

**야, 미안해. 앞으로 조심할게.”


아이고 똑똑한 제자들 덕에 맨날 사과하며 산다.

우리 반 대표 츤데레 **가 또 슬그머니 초콜릿을

무심하게 쓱 건넨다.

“너 먹어. 선생님은 안 먹어도 돼.”

“선생님도 저한테만 젤리 하나 더 줬잖아요.”

아, 그건 네가 너무 먹고 싶어 하길래 준 건데.

“그래도 너 먹어.”

“저 주머니에 하나 있어요.”

“그래 고마워.”


사과 100번 하면 어떤가.
조목조목 따지는 논리와 생각이 기특할 뿐이고
요렇게 예쁜 짓하는 너희들이 사랑스럴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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