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쉬의 인사이트 Jul 07. 2021

도시의 외벽이 전시장이고
캔버스라는 기묘한 사진작가

사진=여자들은 영웅이다(Women are Heroes)

JR은 프랑스 파리 길거리를 배경으로 사진 위에 사진을 흩뿌리는 작품 방식을 가진다. 그는 단순히 미학적인 측면만을 고수하지 않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그의 시선과 다른 이와 하여금 자신의 시선을 공유하여 사회적 관점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해왔다. JR은 파리의 옥상과 외벽, 지하철에 남기는 작품은 그래피티와 분명 닮아있지만 좀 더 포괄적인 의미가 담긴 스트릿 아트다.


그의 작품 활동은 지하철에서 우연히 주운 카메라가 계기가 되어 10대 중반부터 경력이 시작되었다. 2007년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계를 이루는 긴 벽에 같은 직업을 가진 양국 시민의 초상 사진을 둘씩 짝지어 붙였고, 2008년 시작한 '여자들은 영웅이다(Women are Heroes)' 프로젝트에서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끌어안고 관대하게 세상을 지탱하는 여성의 얼굴을 브라질 촌락과 대양을 건너는 배에 입혔다.


사진=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Inside Out Project)

비일상적인 크기로 확대돼 노동과 삶의 공간 전면을 점령한 보통 사람들의 클로즈업 흑백사진은 "여기 인간이 있다"라고 웅변했고, 지역사회의 맥락과 만나 풍성한 메시지를 생성했다. 숨은 얼굴을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이미지의 위계를 뒤엎는 JR의 작업은 세계 곳곳의 자원자들이 카메라를 든 '인사이드 아웃'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JR은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검역을 받고 수용됐던 엘리스 섬의 버려진 병원 내벽에 당시 기록사진을 설치해 잊힌 건국의 역사도 이야기했다. 엘리스 섬 프로젝트는 2015년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단편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어 2018년에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 2층 건물 세배 높이의 비계(scaffolding)를 세우고 독일 통일 직전 장벽 위에 올라탄 청년들과 경비병을 찍은 사진을 부착하면서 난민 수용 범위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한 세대 후 독일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깨운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인간의 본성은 과연 환경에 좌우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