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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Jul 12. 2021

독일인 간수들은 나쁜 사람인가

영화 <밀그램 프로젝트>

유대인 학살에 참여한 독일인 간수들은 나쁜 사람인가.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은 잔인한 사람들인가. 종교 탄압 및 마녀재판에 참여한 사람들은 악한 사람들인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주변의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친구일 것이다. 집에서는 가족과 따뜻한 웃음으로 정을 나누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일 수 있다.


밀그램의 실험은 집단 심리학 실험의 하나로 복종에 관한 유명한 실험이다. 처음에 실험 계획자는 피실험자에게 처벌과 효과에 대한 실험이라 설명을 한다. 피실험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이 문제를 틀리면 처벌을 한다. 처벌은 피실험자가 단추를 누르면 전기자극이 옆 방의 사람에게 전해지는 방식이다. 처벌은 처음에는 낮은 전압의 전기 자극이었지만 점차 큰 자극으로 진행하여 마지막에는 450V에 달하는 강한 전기 자극이었다. 이 전기량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자극이고 피실험자 역시 이것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옆방에서 처벌을 받는 사람은 사실은 실험 관계자로서 고용된 연기자이다. 하지만 피실험자는 이런 사정을 모른다. 전기자극으로 처벌받는 사람은 고통받는 연기를 한다. 살려 달라며 소리를 치고 기절을 하거나 죽은 척을 하기도 한다. 이런 소리를 피실험자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실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상식적으로 꼭 처벌을 해야 하는 일도 아니니, 높은 전압을 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을 한다. 실험의 계획자인 밀그램 역시 이 실험의 계획 시에 적은 피실험자가 450V까지 높은 자극을 줄 거라 생각했고 이에 대한 분석을 하려 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전체 피실험자의 65%가 450V의 강한 전기자극을 주었고 오직 35% 만이 더 높은 전기 자극을 주는 것을 거부했다. 450V의 전기자극이 상대방에게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이다. 고통받는 사람의 소리가 피실험자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왜 이런 결과가 도출되었는가. 피실험자의 옆에는 가운을 입고 의사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반복해서 피실험자에게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기 자극은 피실험자에게 큰 손상을 주지 않는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더 높은 전기자극을 줄 것을 명령했다.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른 부분이지만 전문가, 권위자의 명령은 일반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사람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단추를 누르며 복종을 했고 결국에는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집단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앞서 도입부에서 소개한 선량한 시민과 나쁜 집단의 사례가 설명이 된다. 독일인 간수 개인은 선량한 사람이다. 하지만 책임을 진다는 권력자의 말에 따라 옳지 않은 행동을 한다. 반복되는 교육과 명령에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유대인에게 가혹행위를 하게 된다. 모든 책임은 윗사람이 지는 것이고 자신은 명령에 따를 뿐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의 군인이나 종교재판에 참여한 일반인들 등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 직급 상 상급자, 지적으로 뛰어난 권위자, 도덕적으로 훌륭한 성직자 등의 높은 사람의 말에 따라서 고민 없이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다.


1960년대의 이 오래된 실험은 여러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실험은 결코 완벽한 디자인이 아니다. 강압적인 환경이기도 했고 짧은 시간 안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윤리적으로도 피실험자의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실제로 반복된 실험에서는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피실험자군의 성격이나 구체적인 상황이 달라지면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이렇듯 사회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히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인식의 폭을 넓혔다.


실제로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우리의 의견보다는 집단이나 권위자의 의견이 더 강하게 반영되어 있을 수 있다. 의식하지 않은 채로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이 문제 행동일 수도 있다. 인간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항상 논리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이에 따른 옳지 못한 행동을 한다. 이 실험에서처럼 권위자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기댈 수도 있다. 우리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조금은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의 생각이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는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겸허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유연하게 수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다음에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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