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수가 아니다

나는 <신이 숨겨 놓은 직장 2nd>에 다녔던 사람이다

by 정현
<신이 숨겨 놓은 직장> 중 하나가 <대학의 직원일>이다. 라는 말이 있다.

국립대를 다닌 나는
그것은 사립대에 알맞은 농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다닌 서울대는 국립대다.

만일 신이 직장을 숨겨놓았다면
아마도 <숨겨놓은 직장 2nd> 쯤 될 것이다.



아! "퇴직을 하셨군요"

어떤 일을 하셨는지... 물어봐도 되는가요?

공직에 는 있었습니다...


궁금해 하는 눈길을 피하기 어려워

서울대에서 근무했습니다. 라고 말한다.


아! 교수님 이셨군요.

이렇게 교수님을 뵙다니 영광입니다.


아. 아닙니다. 저는 교수가 아니고

직원이었습니다.


아! 신이 숨겨 놓았다던

<대학 직원> 이셨군요

ㅎㅎㅎ


대학에서 근무하다가 퇴직을 했다 하면

일어나는 반응이다.


첫마디가 교수님이다.


나는 교수가 아니다.

만일, 나에게 처음으로 돌아가

교수를 할래?

직원을 할래?

하는 선택권을 나에게 준다면


나는 서슴없이 직원을 택할 것이다.


나는 한 구멍을 깊이 파며 학문적 성과를 이루는 일이 익숙지 않다.

나는 수도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맞는 일을 선택하는 일에 익숙하다.


나는 나이 어린 반짝이는 학생들과 씨름하고 싶지 않다.

나는 선후배가 분명히 있는 그런 조직생활이 편하다.


우선 나는,

머리도 좋지 못하고 공부를 잘할 자신이 없다.

나는 그때그때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며 사는 일이 좋다.

머리보다는 순발력이 필요한 일이 더 재미있다.


나는 너무 크게 주목받아 내 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이 싫다

남들 눈을 너무 의식해서 내 가족과 내가 생활함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싫다. 나


나는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싶다.

일이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쉬고 하는 생활이

별로 부럽지 않다.


교수님 소리를 듣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선생님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좋다.


교수님은 책을 들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나는 골프채나 기타를 들고 다니고 싶다.


술도 위스키나 와인을 마셔야 할 것 같다.

나는 병맥주를 가장 좋아한다.


대중탕에도 가는 것이 불편할 것 같다.

나는 사우나를 아주 좋아해서

자주 가는 편이다.


분식집에 쭈그리고 앉아

만화책 보면서 라면을 먹기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너무나도 그 짓을 좋아한다.


자유로운 대학에서

자유로운 학문을 하면서

자유로운 삶은 사는 것이 좋겠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제약도 자유만큼 많은 곳이 대학이다.


나는 규제와 제약 속에

빈틈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자유로움을 찾는 생활이

재미가 있다.


자유롭게 보이지만

자유롭지 못한 것보다는

제약이 많아 보이지만

제한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는 직원 체질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65세까지는 일하기 싫다.

60세쯤 은퇴하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교수가 될 수 없고

그리고

교수가 되기 싫다.


언제나 나의 선택은

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