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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Dec 21. 2021

어지러운 정문 '샤'

'샤' 정문 앞 사라지는 모습들


반듯하다는 말을 나는 참 좋아한다. 

반듯한 모습으로 반듯하게 살아가고 싶다. 


아침마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샤' 자 밑 도로를 지나는 출근길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저~앞 죽~뻗은 도로가 한눈에 들어오고, 가을이면 은행나무 노란빛이 마음까지 노랗게 물들여 주었다. 정문을 드나들 때마다 한눈에 들어오는, 철 철마다 관악산 아래에서 펼쳐지는 자연을 똑바로 맞이하는 내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었다. 

정문을 들어오는 그 반듯함이 나는 좋았다.


그런데 오늘 나는 '샤'자 옆구리로 비스듬하게 학교 정문을 들어왔다. 반듯한 게 좋았었는데 말이다. 

새로운 도로를 만들고, 사람 위주로 정문 진입로를 개선했다는데...

이제는 비스듬하게 들어와서, 비스듬하게 나아가 뱅글뱅글 돌아다녀야 한다.

어지럽고 씁쓸해진다.


그리고 이것은 정말 짜증 나는 일이다. 

난 반듯한 정문이 좋았고, 반듯한 도로가 좋았다.

'샤'자 아래의 반듯한 정문을 드나들며 30여 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정년을 한 달을 앞두고 정문 옆구리로 학교에 들어서야 한다.

학교 가기가 싫어진다. 


'샤' 정문 앞 도로는... 어지러워지고 상당히 위험해졌다.

그리고 불편해졌다.

위험하고 불편한 것이 개선이라면...

나만 그런 것인가? 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할 만큼 노쇠해진 것인가?


신림동 방향에서의 학교 진입은 더욱 위험하다. 

관악산 매점 앞에서 오른쪽으로 핸들을 홖 꺾어서~~ 비스듬히 오른쪽으로 진입하는 도로에는

 중앙분리대도 없고 약간의 오르막이 생겼다. 수시로 중앙차선(?)을 넘어갈 수도 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왼쪽으로 핸들을 돌려야 좌회전을 해서 경영대 방향 주차 게이트로 가거나, 

비스듬히 우회전을 계속해서는 다시 좌측으로 핸들을 돌린 후 또다시 우측으로 바로서야

비로소 본부 방향 주차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다.


꼬불꼬불... 아침 출근길부터 어지럽다. 

차라리 완전한 꼬불꼬불이면 속도도 줄어들고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지만 

이것은 비스듬한 꼬불 꼬불이라서 속도를 제어하기도 방향을 제대로 잡기도 그리 쉽지 않다.


정문을 나가서도 헛갈린다. 

난데없이 '샤'자 앞에 가로로 길게 화단을 만들어서

잠시 허튼짓을 하면 정면충돌하기 쉽고, 차가 엉켜 엉망이 된다. 


봉사리로 가는 길은 더 위험해졌다. 

안쪽에서 정문을 두고 좌측으로 비스듬하게 나가다가

우측으로 훽~~ 하니 핸들을 돌려야

봉사리 방면이 되는데...

 

신림동에서 넘어오는 버스정류장 코앞에서 갑자기 차로가 사라지고, 주 도로와 합류가 된다. 

잠시라도 정신줄 놓게 되면, 신림동에서 넘어 달려오는 차량과 그대로 '꽝'소리를 내게 된다.

아슬아슬해졌다. 정문 앞이...


도대체 무엇을 개선했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도로는 위아래로 넘나들고, 이리저리 삐뚤 삐뚤이고, 뱅뱅 돌아야 하고, 확~~ 꺾어야 한다.

왜 이리 어지럽게 사는지 모르겠다.


그냥 반듯하게 살면 만사가 편한 것을... 

비비 꼬면서 살아서 어쩌자는 일인가?


나는 반듯한 게 좋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젠 2주도 안 남았다. 매일매일 드나들어야 할 날이...

헌데 우리 후배분들은 어찌하지?



아! 반듯함이 사라셨다.

'샤' 정문이 정말 어지러워졌다.


by 박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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