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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Jan 04. 2024

여행 중에 아프긴 처음이다.

여행 중에 아프기는 처음이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미슥거리고 춥고 독감 걸린 것처럼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 추워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오래 하고는 시름시름 앓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10분 누워있었는 것 같았는데 3시간을 자 버렸다.  


문제는 내 몸뚱이 하나 챙기기도 힘든데 8살 9살 아이들을 챙겨야 했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데 저녁과 내일 아침 식사를 챙겨야 했다. 겨우 옷을 입고 차키를 챙겨 근처 하나로마트 장을 봤다. 빵과 우유와 캔 죽과 통조림 몇 개를 사서는 부랴부랴 달려왔다.


혼자 있었다면 분명 꼼짝도 못 하고 잠만 잤을 건데 챙겨야 하는 아이들이 눈앞에 있으니 아픈 와중에도 초능력이 생겼다. 아빠로서 막중한 책임감이 아픈 상황을 다 이겨냈다.


아이들이 고마웠다. 차 안에서도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주고 숙소에서도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줬다. "아빠 괜찮아?"라고 아들이 물어줬다. 딸도 아빠가 걱정된다며 병원을 가라고 다. 아이들을 위해 내가 힘을 내야 했다.


내가 사 온 복숭아 통조림을 저녁으로 먹은 아이들이 대견했다. 웃으며 TV를 즐겁게 보는 아이들이 건강해 보여 다행이다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픈데 아이들까지 아프면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기 때문이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다행히 몸이 움직여진다. 어제저녁에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속도 제법 괜찮아졌다. 힘내서 남은 며칠간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챙기는 수밖에 없다. 


아무튼 여행 중에 아프긴 처음이다. 많이 배우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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