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지만 12도 정도인 봄날 같은 환상의 나라 제주에 왔건만 아이들은 심심하다고 난리다. 중요한 건 어디 가자고 해도 자연 경치 보는 건 다 싫단다. 난 이 좋은 날 숲 속과 해변길을 마음껏 걸어 다니고 싶은데. 걷는 건 또 다리가 아파서 무조건 싫다는 아들딸. 아 나의 제주여. 제주에 있어도 제주가 그립다.
그럼 어디 가자고 하니 숙소 가서 티브이 보자고 한다. 하하하. 갈 데가 없어서 도서관 가자고 하니 또 싫단다. 먹을 걸로 유인하니 순순히 가는 이 녀석들. 도서관에 가면 근처에 먹을 것도 있고 놀이터도 있으니 가는 거다. 하하하
도서관에 가기 싫다는 녀석들 맞는지 모르겠다. 오니 또 좋은 모양이다. 읽고 싶은 학습만화를 잔뜩 가지고 오더니 책 삼매경이다. 나를 아예 찾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도서관이 좋다. 아이들도 푹 책에 빠지고 나도 노트북을 꺼내 밀린 글쓰기를 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다. 책에 글에 집중하여 두어 시간을 이 좋은 날 도서관에서 보냈다.
밥 먹고 나도 딱히 할 일이 없다. 오전에 삼매봉도서관에 갔다면 오후엔 또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이다. 1년 살면서 저희들 안방처럼 편하게 다녔던 곳이라 자기 자리를 딱 잡고는 책에 또 푹 빠졌다.
날 좋은 제주에서 도서관 두 곳을 돌아다니니 해가 저문다. 해 저무는 방향이 새연교 방향이다. 가면 노을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졌다. 차를 몰고 가는 동안 마음이 붕 떴다.
예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서귀포 어시장에서 바라본 노을 속 새연교를 사진에 담았다.
캬! 이맛이지.
새연교 뒤 범섬 쪽 노을도 궁금하다. 갔더니 사람들이 노을과 사진 찍느라 바쁘시다. 다들 행복한 표정이다.
아들과 딸과 나도 노을과 함께 사진에 담았다.
종일 도서관에 있었지만 멋진 노을을 봐서 너무나 뿌듯한 하루였다. 오늘 이 멋진 좋은 날에 숲 속도 못 간 나에게 이 노을은 제주가 준 선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