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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민 Kyungmin Kang Dec 19. 2021

[AQR] #1. 언제나 효율적이지 않은 시장

AQR Capital Management

2018년, AQR Capital Management(AQR) 사에서 설립 20주년을 맞아 '20 for Twenty'의 논문 모음집을 발간했다. AQR은 기본적으로 아카데믹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투자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applied academia'를 그들의 DNA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그들의 리서치 자료를 SSRN, AQR Insight Award, AQR Top Finance Graduate Award, Quanta Academy 등을 통해 세상과 공유하고 있다. 또한 헤지펀드로서는 처음으로 SEC에 등록했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그들의 명성을 더욱 드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첫 번째 논문 리뷰에 앞서 AQR의 설립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우선 AQR은 4명의 공동창업자(Robert Krail, David Kabiller, Cliff Asness, John Liew)가 1998년 설립한 회사로 Cliff와 Robert 그리고 John은 시카고 대학 Gene Fama 교수 밑에서 PhD 과정을 수료하면서 처음 만났다. 이어지는 논문들을 통해서도 살펴보겠지만 효율적 시장가설(marekt efficiency)을 주장한 스승을 전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실제로 비효율적인 부분과 그를 활용한 투자기법을 개발하여 실전에 활용한다. 이후 Cliff는 골드만삭스의 quantitative research team을 이끌게 되었고 Robert와 John도 이 팀에 합류하게 된다. 이미 골드만에서 연금과 펀드를 관리하고 있었던 David는 'Hedge Funds Demystified: Their Potential Role in Institutional Portfolios' 공동 지필 하면서 그만의 투자철학과 전략을 수립하였으며, 3명의 친구들을 설득하여 AQR을 설립하기에 이른다. 


(좌) 왼쪽부터 Robert Krail, David Kabiller, Cliff Asness, John Liew / (우) AQR 로고


    이 모음집에 포함된 20가지 리서치(논문) 자료는 AQR의 투자철학의 근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의미와 파생되는 개념들을 곱씹어보면 통찰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모음집의 추천글은 금융/투자업에서 유명한 인사들이 써주었는데 그중 뱅가드 그룹의 설립자 Jogn C. Bogle은 Cliff와의 인연을 회상하며, 'My Top 10 Peeves(#2)', 'The 5 Percent Solution(#5)', 'Bubble Logic(#6)', 'Fact, Fiction, and Value Investing(#19)'을 좋아하는 자료로 밝혔다. 


'20 for Twenty' 논문 리스트

 

    또한 서문에서 Cliff는 팀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표함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What about our reaserch am I most proud of?".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Quality" 그리고 "Real-world relevance to our clients"이다. 아카데믹 아이디어를 응용해서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AQR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것 같다. 또한 20개의 리서치 자료에 대한 코멘트를 남겨두었는데 John C. Bogle이 추천한 4개 챕터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My Top 10 Peeves : 많은 것들이 날 짜증 나게 한다. 본드 펀드는 본드 그 자체보다 안전하지 않으며 시장은 우리 입맛대로 선택할 수 없다.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사실이 짜증을 유발한다.


The 5 Percent Solution: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투자방식으로 연 5%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퀀트인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Bubble Logic: 현실에서는 '1999-2000' 시기를 '테크 버블'이라고 불렀지만 나는 '버블'이라는 단어 자체를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는 꽤나 비난조로 버블을 언급한 첫 번째 자료로서 나의 진정한 모습을 마주했다. (부연: 1998년 설립한 AQR은 다음 해 터진 테크 버블로 펀드 수익률이 약 40% 하락했고 AUM이 절반으로 줄어듬으로써 힘든 시기를 경험했다. AQR 역시 이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미래의 투자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 수 있었다.)


 Fact, Fiction, and Value Investing: (부연: 이전 모멘텀 투자에 이어) 이젠 가치 투자에 대해 언급하려고 하며, 비록 이번 20주년 책에는 담기지 못했지만 다음은 규모(Size)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이 3가지 자료를 통해 우리가 전반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간혹 틀렸거나 때론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반면 David는 지난 20년을 회고하면서 AQR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언급한다. 그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한 것 같다. 그 결과로 2017년 한 해만 해도 약 250,000명이 커리어 사이트에 방문했고, 30,000개의 지원서를 받았으며, 그중 10,000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니 말이다. 그는 AQR의 직원들이 최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투자하면 AQR의 고객 역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Tech Talk', 'QUANTA program', 'Insight Book Club' 등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John은 AQR의 본질이 교육기관이 아닌 money manager 임을 강조한다. money manager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든 선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AQR은 남들보다 빠르게 새로운 투자기법들(liquid alternatives, factor investing, smart beta, risk parity, fair fees, actual hedge 등)을 실행하여 성공했다. 이러한 성공이 단순히 운이 아닌 양질의 리서치(both the volume and quality of research)에 기인한다고 언급하는데, 특히 자산운용 분야에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Overview from research to implementation' 섹션은 위의 서문과 마찬가지로 4명의 팀 멤버(Antti, Ronen, Toby, Lasse)의 회고와 AQR의 지향점, 그리고 6개 논문 섹션(part)에 대한 코멘트를 보다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예컨대, 그 논문을 쓰게 된 배경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다. 읽으면서 피식했던 부분이 'Do Hedge Funds Hedge?(# 9)'인데, 한 마디로 헤지펀드들이 제대로 헤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식시장에 많이 노출된 전통적인 포트폴리오를 투자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분산된 것이 아니며, 그렇기에 투자자들이 굳이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헤지펀드에 자산을 위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헤지펀드가 자주 사용하는 merger arbitrage를 살펴보면 사실 헤지펀드 자체가 시장에 'deal insurance'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정한 리스크(idiosyncratic deal risk)를 없애고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의 성공이 특별한 통찰력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증한다. 여담이지만 이 리포트는 그들을 헤지펀드 커뮤니티에서 외톨이로 만들었다고 한다. 


    논문 리뷰에 앞서 서문과 저자들의 코멘트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사실 더 많은 코멘트가 기재되어 있고 그 깊이 또한 몇 번의 리딩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이는 단순히 코멘트로 언급하기에는 무게감이 남다르기도 하지만 코멘트 속에 그들의 통찰력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투자 전략에 있어 생각할 기회와 발전시킬 소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본 작업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 첫 번째 논문 리뷰를 시작해 보자. 



#1. The Great Divide


아래 논문 리스트는 오른쪽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링크).

'20 for Twenty' 논문 리스트


    섹션(part)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1~3번째 논문의 주요 포인트는 투자에 있어 관념적인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 첫 번째로 'The Great Divide'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EMH)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Cliff를 비롯한 창업자들은 EMH를 주장한 Gene Fama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EMH 프레임 속에서 투자전략을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시장이 완벽히 효율적이라고 믿지 않는다. Fama 교수 역시 이 부분은 스스로 시인하기도 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모든 정보가 시장에 반영되어 어느 누구도 초과 수익률을, 즉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Cliff는 이는 직관적이지만 그렇다면 그 '정보' 그 자체와 정보가 시장에 반영되는 메커니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보라고 정의하는 것이 사실 매우 두루뭉술하며 이것이 어떻게 측정되어 시장에 반영되는지도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EMH 이후 많은 전략과 논의들이 이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만큼 현실에서는 아카데믹한 아이디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들은 투자자들의 다양한 욕망들(때론 비이성적인)이 시장에 반영되어 결국 최적의 가격이 측정되고 그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그들은 이 논문에 전략적으로 '합리적인(reasonable)'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단순히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인 욕망이 투영된 시장을 합리적이라고 부르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합리적인 단어는 통계학적으로 표준분포에 따른다고 언급한다.


    시장이 완벽히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은 미시적, 거시적 관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미시적 관점에서는 EMH와 CAPM으로 대두되는 Joint Hypothesis Problem을 언급할 수 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이를 측정할 수 있도록 예상 수익률을 CAPM과 같은 자산가격결정모형(Asset Pricing Model)을 이용해야 하는데 만약 자산가격결정모형을 통해 수익률을 측정할 수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증거가 되기에 서로의 관점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은 리스크(risk)와 행동학적(behavioral) 관점으로 나뉠 수 있다. 리스크 관점은 CAPM 모델 자체가 잘못되었는데 특히 리스크는 시장 베타(market beta) 한 가지 요인으로만 측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행동학적 관점은 리스크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편향들(biases) 때문에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으며 모든 정보도 반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즉, 잘못된 가격측정(mispricing)과 참여자들의 나약함으로 비효율적 시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Cliff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분산된 모멘텀 전략(diversified momentum strategies)'을 연구했는데 결과는 모멘텀이 좋은 주식들은 계속 잘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싼 주식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가치(value)'와 '모멘텀(momentum)' 요인들이 서로 부정적인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이라는 것도 행동학적 관점을 대변한다. Cliff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리스크'라는 것이 왜 그렇게 빠르게 변하는지, 작년에는 '리스크'라고 불렀던 것이 올해는 '안전(safe)'하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건지 회의적인 시각도 들어낸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Bob Shiller 교수의 논문 'Do Stock Prices Move Too Much to Be Justified by Subsequent Changes in Dividends?'를 언급하는데 배당금의 현재가치로 주가를 측정하는 그의 논문을 반박하고 있다. 미래 배당금을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현재가치를 구하는 할인율 역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약점이 많다는 것이다. 조금 돌아왔지만 그래서 Cliff와 John의 관점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점이 생긴다. 그들은 가장 영리하게도 시장은 효율적이다는 관점과 그렇지 않다는 두 가지 관점 모두 가져간다. 왜냐하면 money manager는 어떤 환경에서도 돈을 버는 것이 숙명이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 상기되는 말이다. 



    현실에서는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EMH 관점과 비이성적인 행동학적 관점이 섞여 있고 두 관점 중 어느 것이 우세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만약 주가가 이성적인 행동과 비이성적인 행동이 결합된 결과의 연속이라면 이런 현상이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늘 관찰하고 연구하고 테스팅하며 내 논리의 근거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것 같다. 굳이 한쪽 사이드를 고집하지 않고 현상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Cliff와 John의 노력은 많은 영감을 준다. 그들 역시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들이 골드만에서 커리어를 처음 시작할 때는 HML 전략이 유효했고 돈을 벌어줬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시장에서 통용되는 전략을 사용했지만 AQR을 설립한 98년에는 대공황이, 그리고 이어진 LTCM 사태를 겪으며 고생스러운 시간을 겪어야 했다. 그들 스스로도 계속해서 long-only 전략을 취했다면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을 것으로 회상한다. 


    버블의 원인을 살펴보면 저자들은 투기꾼 때문이 아니라 시장이 비효율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버블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가정하에 움직이는 투기꾼과 달리 비효율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되며 닷컴 버블과 부동산 버블 역시 이런 현상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투기꾼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것 같다. 모든 경계가 사실 명확하진 않다. 예컨대,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행동의 차이도 모호해질 수 있는데 가령 어떤 투자자가 특정 주식이나 섹터에 선호(taste)가 있어 일정 수익률을 포기한다면 그것 또한 이성적으로 비칠 수 있으며, 그렇다면 비이성적인 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의문점도 생길 수 있다. 그렇게 추론하다 보면 EMH와 행동학적 구분도 모호해지며 결국 선별적으로 이론과 전략을 선택해 변화하는 시장에 계속해서 대응하는 것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믿을 것은 이론과 전략이 아닌 '어떻게 하면 자산을 지킬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자산을 불릴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론과 전략은 수단으로써 발전시켜야 하는 대상에 불과하다. 


    스토리텔링이었던 첫 번째 논문도 가볍지 않았다. 아마도 주어진 질문에 대해 스스로 곱씹어봐야 하는 부분도 많고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부제가 'The Nobel committee decided to split the economics prize this time - and that's okay'인데 2013년에는 효율적 시장을 주장하는 Eugene Fama와 행동학적 분석을 한 Robert Shiller가 동시에 수상했다. 두 관점을 노벨상이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데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래와 같이 매년 수상자들이 업적을 살펴보면 그 시대의 주요 이슈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노동 경제학과 관련한 연구가 노벨상의 영광을 얻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실업률 지표'가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 중 하나로 언급되는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2013년 이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Winner) 및 업적(Work)


 


References


- John C. Bogle, "Foreword" in the 20 for Twenty (20 for Twenty: AQR Capital Management, 2018), 15-16(pdf file) (링크).


- Cliff Asness, David Kabiller, and John Jiew, "Preface" in the 20 for Twenty (20 for Twenty: AQR Capital Management, 2018), 17-30(pdf file) (링크).


- Antti Ilmanen, Romen Israel, Toby Moskowitz, and Lasse Pedersen, "Overview: From Research to Implementation" in the 20 for Twenty (20 for Twenty: AQR Capital Management, 2018), 31-47(pdf file) (링크).


- Clifford Asness and John Liew, "Chapter 1. The Great Divide" in the 20 for Twenty (20 for Twenty: AQR Capital Management, 2018), 1-16 (링크).


- THE NOBEL PRIZE "All prizes in economic sciences", 2021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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