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타는 진이령
제주의 태양은 일찍 눈을 감는다.
소란한 경적 사이로 몸을 숨기면
어둠이 순식간에 세상을 덧칠한다.
다시 오리라 약속했건만
그 긴 밤을 믿지 못해
사람들은 가짜 태양을 모셨다.
다시 돌아온 해는
여전히 인자하게 모두를 품지만
사람들의 눈엔 가짜 태양만이 불타오르고 있다.
태양은 조금씩
자신의 자리가
침식되는 것을
느끼며
떠나기를 주저한다.
그러나 떠나야지.
태양은 아쉽게 부서지며 피를 흘린다.
언제고 어느 때고 영원히
자애롭게 품어줄 마음으로.
낮이 길어지는 것을 보니 드디어 겨울이 끝났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옷도 한결 가볍게 입을 수 있고 조금은 더 늦게까지 해를 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럼에도 제주의 태양은 육지보단 조금 일찍 눈을 감는 것 같습니다.
육지에서 살 땐 낮보다 더 밝은 밤거리를 보며 피로감을 느꼈었어요.
제주로 이주한 후 제주 자연 속에 파묻혀 살다 보니 하늘을 수놓는 태양과 달, 구름과 별빛과 친해졌답니다.
이제는 밤이 피곤하지 않아요.
오후 5시만 되어도 깜깜했던 하늘이 오후 7시가 되도록 지지 않고 태양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 글을 적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겨울이 오기 전 까진 낮이 길어지겠죠? 따스한 태양을 조금 더 만끽하고 싶은 봄입니다. 작가 진이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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