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못하는 건 아닌데
전 아나운서이자 여행작가 등으로 유명한 손미나 씨의 글입니다. 스페인어 전공에 수많은 여행 경험, 그리고 다양한 외국어에 대한 꾸준한 공부 등을 통해 그녀가 수많은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이미 꽤 유명한 사실입니다. 이 책은 그녀가 이 수준에 오기까지 축적된 노하우를 엮어놓은 책입니다. 단순히 영어, 스페인어, 불어 등의 특정 언어에 대한 방법이 아니라 일반적인 언어 학습과정의 경험을 모아둔 것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책의 내용은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을 소개해주는 책이 대부분 그렇듯이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들은 별로 없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언어 학습이라는 도메인의 '처세술' 책 같다고나 할까요. 머리로 알고는 있지만 행동으로 잘 옮겨지지 않을 법한 것들이 잔뜩 쓰여있으니 말입니다.
그녀의 다른 글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워낙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다 보니 그녀가 '적극 추천'해주는 방법들을 읽고 있으면 '적당히 의지 없고, 적당히 의지 있는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좀 지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외국어에 관심이 없는 편은 아닙니다. 가급적 영화나 유튜브 콘텐츠를 볼 때면 자막 없이 보는 것을 서호하고, 듀오링고 같은 스마트폰 어학앱을 단 몇 분이라도 매일 빠뜨리지 않고 하는 편이죠. 몇 해 동안 하루에 5~30분 정도 꾸준히 스페인어 공부를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단계별 방법, 받아쓰기 요령 등이 사실 굉장히 효과적이기는 합니다.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할 때 많이 했던 방법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너무 열심히' 하면 '금방 지루해'지더군요. 그럼 결국 '하기 싫어'지고, '그만두게'되죠. 사회인이 되고 평생학습 겸, 취미 겸 하는 어학공부는 '최대한 열심히 하지 않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담 없이, 그만둘 생각 들지 않게 그렇게, 안 하는 것보다 나은 정도로 하니 멈추지 않게 되더군요.
이 책에서도 외국어 학습이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습관 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시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체계적이고, 집중적이고, 강도가 높더군요. 조금 자극이 되기는 했습니다. 저도 그냥 재미 삼아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시간을 들이고, 강도를 높여야 할까요.
외국어를 하나의 기술이나 학문이라기보다, 새로운 문화와 사고방식으로 바라보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영어로 대화를 할 때와 한국어로 대화를 할 때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고, 학습내용 자체를 다룬 책이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글은 금방 읽힙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 같이 이런 종류의 책은 사실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리고 개개인이 다 차이가 있는 만큼 똑같이 따라 한다고 해서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판적으로 나에게 적합한 부분을 잘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조금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조금 솟아오릅니다. 오늘, 그리고 내일의 스페인어 공부는 어제보다는 조금 더 오랫동안 집중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7. '나에게 주어진 옵션이 단 하나뿐이다'라고 생각하면 누구든 조급해지고 다른 기회를 넘볼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는 반면, 어떤 일이든 거침없이 시도해 성공으로 이끄는 듯 보이는 사람들의 비밀은 한 가지 일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일에 또 도전하면 된다는 여유로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97. 세계적인 언어학자이며 철학자, 인지과학의 창시자인 놈 촘스키 박사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새로운 언어를 빨리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국어를 최대한 빨리 잊는 것이다."
215. '받아쓰기'는 정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공부법이다.
264. 외국어 공부가 일상이 되어야 한다. 외국어가 없는 날은 하루도 없다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270. 이 힘겨운 싸움에서 승자로 남으려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어 있는 슬럼프를 괴롭고 무거운 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