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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Feb 15. 2022

불안, 알랭 드 보통

STATUS ANXIETY by Alain  de Botton

 원서의 제목은 Status Anxiety, 불안 상태입니다. 간단하게 '불안'으로 번역한 제목도 원서의 내용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불안'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그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주변의 개념들을 둘러보면서 다시 천천히 올라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불안을 느끼는가, 그 이유가 무엇인가, 실체는 무엇인가,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가, 이것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는 없는가?


 무작정 불안에 대해서 교과서처럼 설명한다거나, 아니면 무작정 위로가 될만한 글을 늘어놓는다거나, 또 아니면 무작정 극복할 수 있는 이런저런 방법들을 나열한다던가 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불안에 대해, 그저 막연하게만, 그저 답답하게만 다가오던 그 감정에 대해 나도 한번 깊이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불안하다는 것은 어쩌면 잃을 것이 두려운 것이지 않을까요. 가진 것이 없다면, 잃을 것이 적다면 그만큼 불안할 것이 없겠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 중간중간에서 불교 서적에서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의 글귀도 조금씩 보입니다. 내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다스리면 되는 거겠죠.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을 것이고, 나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무기력한 느낌이기도 하고, 굉장한 수준의 정신승리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공에서 얻는 성취감, 만족감의 크기보다, 실패에서 오는 패배감, 불안감이 더 크다면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같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경제서적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글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을 때 느끼는 만족보다 같은 규모의 손실에서 받는 충격이 더 크다는 것이죠. 다들 이걸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는 않죠. 어쩌면 이런 우리 인간의 본성을 극복해야 한 단계 다른 수준의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인 일들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불안과 공포가 갑자기 밀려오는 파도처럼 엄습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무작정 두려워하지만 말고 조금 그 마음을 들여다보아야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제 가슴속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그 마음이 저를 해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죠.




8. 사회에서 제시한 성공의 이상에 부응하지 못할 위험에 처했으며, 그 결과 존엄을 잃고 존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현재 사회의 사다리에서 너무 낮은 단을 차지하고 있거나 현재보다 낮은 단으로 떨어질 것 같다는 걱정. 이런 걱정은 매우 독성이 강해 생활의 광범위한 영역의 기능을 마비될 수 있다.


9. 더욱 안타까운 것은 높은 지위를 얻기가 어려우며, 그것을 평행에 걸쳐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중략) 우리는 어리석거나 자기 자신을 잘 몰라 실패할 수도 있고, 거시 경제나 다른 사람들의 적의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다.


22. 무시를 당하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쳐들며, 미소나 칭찬과 마주치면 어느새 역전이 이루어진다. 혹시 남의 애정 덕분에 우리 자신을 견디고 사는 것은 아닐까?


33. 신문은 매일 작위가 있는 사람과 유명한 사람이 존엄한 존재라고 역설하는데, 이는 결국 작위가 없는 보통 사람들은 시시하다고 역설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55. 실질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 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중세 유럽에서 변덕스러운 땅을 경작하던 조상은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할 부와 가능성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놀랍게도 자신이 모자란 존재이고 자신의 소유도 충분치 못하다는 느낌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56. 그러나 쾌적한 집에 살며 편안한 일자리로 출퇴근한다 해도 경솔하게 동창회에 나갔다가 옛 친구 몇 명이 아주 매력적인 일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우리 집보다 더 큰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왜 이리 불행하냐는 생각에 시달려 정신을 못 가누기 십상일 것이다.


69. 시도가 없으면 실패도 없고 실패가 없으면 수모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느냐에 달려있다.


78.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112. 스코틀랜드계 미국인 거부 앤드루 카네기 역시 자선행위를 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복지에 대해서 비관적인 생각을 가졌다. (중략) 자선 행위로는 개인이든 인류든 나아질 수가 없다. 드문 예외를 제외하면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히려 도움을 요구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귀한 사람은 결코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124. 사람은 거짓되고, 음험하고, 기만적이고, 교활하고, 자신의 이익에는 탐욕스럽고 남의 이익에는 둔감하므로, 적게 믿고 그보다 더 적게 신뢰한다면 잘못될 일이 없을 것이다.(구이차르디니)


138.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145. 나를 부유하게 하는 것인 사회에서 내가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의 판단이다. 판단은 내가 가지고 다닐 수 있다. 판단만이 나의 것이며, 누구도 나에게서 떼어낼 수 없다. (에픽테토스, 어록 Discourses)


146. 소크라테스가 장터에서 모욕당하는 것을 본 행인이 물었다. "그렇게 욕을 듣고도 괜찮습니까?" 소크라테스는 대답했다. "안 괜찮으면? 당나귀가 걷어찼자고 내가 화를 내야 옳겠소?"


148. 망상에 사로잡혀 2 더하기 2는 5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한다 한들 흔들릴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로마 제국이라는 불안정한 세계에서 살아가던 황제이자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성품이나 업적에 대하여하는 말 때문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며, 먼저 이성으로 그런 말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략)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더 나빠진다더냐?"


156. 쇼펜하우어는 선선히 그 가능성을 받아들였다. (중략) 그는 곧이어 모든 젊은이들이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만날 일이 줄어들수록 더 낫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189. 삶을 망친 사람들에 대해 수군거리는 말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193. 우리 자신의 내부에도 최악의 측면과 최선의 측면을 아울러 인간 조건 전체가 담겨 있으며, 따라서 적당한, 아니 엉뚱한 상황이 닥치면 우리 역시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200. 우리는 플로베르의 소설을 덮으면서 우리가 사는 방법을 배우기도 전에 살아야만 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 행동이 엄청난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 잘못에 대한 공동체의 반응이 무자비하다는 사실에 대해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233. J.K. 갤브레이스는 부유한 사회 The Affluent Society에서 스미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이 생존에는 모자라지 않는다 해도 공동체의 소득에 비해 현저하게 뒤처지면 언제나 가난에 시달리게 된다."


243. 그러나 교역이 증가한다고 행복도 증가했던 것은 아니다. 자살과 알코올 중독은 늘었으며, 공동체는 분열되었고, 유럽의 물자를 놓고 자기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247. 어떤 것이 계속 눈에 가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것을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략)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억 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 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275. 죽음을 생각하면 사교 생활에 진정성이 찾아온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입원실까지 와줄 것인지 생각해보면 만날 사람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83. 내가 아무리 잊히고 무시당하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아무리 강하고 존경받는 존재라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가 결국은 가장 민주적인 물질, 즉 먼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285. 죽음은 이들을 겸손하게 만든다. 왜 한 시간의 영광을 위하여 그토록 애를 쓰는가? (에드워드 영, 밤 생각 Night Thoughts)


315.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고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갈릴리 출신의 무일푼의 목수를 따랐던 누가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356. 우리가 어떤 가치를 따르는 것은 두려움을 느껴 나도 모르게 복종을 하기 때문이다. 마취를 당해 그 가치가 다연스럽다고, 어쩌면 신이 주신 것인지도 모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이 거기에 노예처럼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상력이 너무 조심스러워 대안을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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