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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 Mar 19. 2022

'일회용 컵'을 버리지 않습니다.

'다회용 컵'을 들고 다닙니다.

 작년 , 이사를 앞에 두고 묵혀두었던 짐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집안 구석구석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불필요한 물건들을 제법 정리했습니다. 전에 이사하고 나서 제대로  번도 꺼내보지 않았던 물건들이  많더군요. 시간이  때마다, 여기저기  열어보고,  쓰는 물건들을 찾아 버리다 보면, 목욕탕에서 묵은 때를 벗겨내는  같은 시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따로 글로 정리해 두지는 않았지만, 우연찮게 시작했던 중고거래를 통해서 물건들을 처분하면서 솔솔 하게 용돈 벌이를 하기도 했고요.



 이것저것 집안에 쌓여만 있던 물건들을 버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애초부터 사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일반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려고 봉투를 묶어 출근길에 들고 내려가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특별히 뭘 대단하게 하고 사는 것도 아닌데, 숨만 쉬고, 밥만 먹고사는데 뭐가 이렇게 버려지는 게 많지?'


 필요해서 산 물건이기는 하지만, 퇴근길에 현관 앞에 쌓여있는 택배 상자를 들고 들어가서, 하나씩 뜯고 있자니 또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알맹이는 요만한데 이걸 보내고 받느라 박스, 스티로폼 쓰레기가 몇 배는 더 나왔네.'


 환경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종량제 쓰레기봉투도 그렇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 자체가 일종의 지출이고 소비이기도 합니다. 돈이 드는 것이죠. 1차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만 생각해도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고 만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환경을 위해서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혼자 나와 살고, 결혼을 해서 소꿉장난 같은 생활을 꾸려나갈 때는 이러한 '감'이 없었습니다. 뭐가 어떻게 버려지는지도 몰랐고, 뭐가 얼마나 필요한지도 몰랐죠. 나중에 다른 글을 통해 차근히 다루어볼 예정이지만, 싸다고 덥석 덥석 들고 온 식재료들이 그때는 얼마나 많이 버려졌는지,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서른을 훌쩍 넘기고, 더 나이를 먹고, 삶에 루틴과 패턴이 잡아지기 시작하면서 쓰레기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버려질 것 같은 것들은 사지 않고, 금방 상하는 것 들은 적게 사고, 있는 것들을 충분히 사용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대표적으로 사지도, 쓰지도, 버리지도 않는 것이 종이컵, 플라스틱 컵과 같은 일회용 컵입니다. 비단 집에서뿐만 아니라 외부 카페에서도, 보통 사무실에서도 쓰지도, 버리지도 않습니다. 일회용 컵을 구매하는데 들어가는 사무실 탕비실 예산이 매우 큰 낭비같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깊이 신경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무실에는 큼지막한 텀블러를 하나 두고 쓰고 있습니다. 물 아니면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 정도만 마시기 때문에 자주 헹궈가며 쓰면 크게 세척이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믹스커피와 같이 크림이나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마신다면 조금 신경을 쓰기는 해야겠죠.


 외부에 나갈 때도 보통 가방에 텀블러를 챙겨 다닙니다. 외부 카페를 이용할 때 몇백 원 할인을 해주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무 곳에서나 편하게 물이나 음료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죠. 보통 정수기는 여기저기 많이 있으니까요. 텀블러가 있으면 그냥 물 한잔 마시면 되는데, 텀블러가 없으면 편의점에 들어가서 마실 거리를 또 사게 되고, 그럼 시간도 들고, 돈도 들고, 버려야 할 쓰레기도 생기게 됩니다.


 결혼 전에는 그릇을 관리하는 것이 귀찮기도 해서 큼지막한 종이컵을 왕창 쌓아두곤 했습니다. 적당히 쓰고 버리면 되니까요. 십수 년이 흘러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 일회용 컵들을 쌓아두면 아마 제 키보다도 훨씬 높은 쓰레기 탑이 나오지 않을까요.


 막상 습관이 되고 나니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삶이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어쩌다가 텀블러를 두고 나와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게 되면 그걸 버릴 쓰레기통을 찾느라 오히려 불편하기도 합니다. 버릴 것이 없으면 쓰레기통을 찾을 일도 없으니까요.


 물건을 사는 것도, 사지 않는 것도, 버리는 것도, 버리지 않는 것도 모두 습관인 것 같습니다. 한번 몸에 익어버리면 그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누구는 귀찮게 번번이 텀블러를 어떻게 들고 다니냐 하겠지만, 누구는 귀찮게 어떻게 쓰레기통을 찾아다니냐고 말할 수 도 있습니다. 물론 길에 그냥 자연스럽게 버리거나, 이상한 구석에 올려두고 가시는 그런 분들도 계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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