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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Oct 11. 2022

사춘기라는 청소년

조금씩 자라고 있어요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제일 놀라운 일은 3년 동안 아이들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고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아이들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 존재라 생각했다.

그런데 중학교에 왔더니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에는 1학기 때와 2학기 때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외적인 모습도 많이 달라졌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면의 모습이다.

중학교 1학년은 세상에 그런 아기들이 없다.

걸어 다닐 때마다 삐약삐약 소리가 저절로 나는 것 같다.

아직 학교를 잘 몰라 교내를 혼자 다니지도 못한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손을 잡고 삐약거리며 다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모습 위에 병아리 떼가 겹쳐진다면 오버일까?


그러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 갑자기 세상 모든 중심이 자신이 된다.

여학생들은 선생님들보다 현란한 솜씨로 자신의 미모를 뽐내고, 남학생들은 세상의 멋짐이란 멋짐은 다 자기 것인 양 행동한다.

자기애가 최고조에 이를 때라 그런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오죽하면 '북한군이 중 2 때문에 침범하지 못한다'라고 할까?

그런데 중 2들을 보면 진짜로 침범했다간 큰일이 날 것 같다.

그렇게 온갖 어른스러운 척, 있는 척하던 아이들도 마이쭈 하나에 귀여운 강아지가 된다.

병아리였던 아기들이 1년 만에 강아지로 변신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중학교 3학년쯤 되면 이제 완전한 인간으로 변신하기 시작한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었듯이, 우리 청소년들은 1000일 동안 학교 급식을 먹고 드디어 1000일이 되는 날!

사람으로 변한다.


일설에 의하면 그 1000일은 청소년마다 조금 빠르게 오기도 더디게 오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온다고 하니 실망할 필요 없다.

이렇게 사람으로 완성되면 그 이후에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런 변화는 1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급격한 변화이지만 매일매일 이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미시적 관점에서 보면 극히 소소하고 미미하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우리 청소년들은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그 성장 방향은 긍정적이고 올바른 쪽을 향한다.


1학년 담임을 할 때, 이기적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던 부반장이 졸업식에 작은 꽃 한 송이씩을 선생님들께 드리면서 지난 3년간 선생님들께 감사했다고 인사하는데, 걱정했는데, 의젓하게 잘 자랐구나 싶어서 졸업식장에서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그 변화가 눈에 띄지 않아도 아이들은 조금씩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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