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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Nov 04. 2022

공부하는 청소년

중 3  마지막 시험을 끝내고

중 3은 고입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아무래도 고입 일정 때문에 다른 학년보다 2차 지필을 일찍 친다.

보통 12월 초쯤 2차를 치는데, 중 3들은 10월 말-11월 초에 지필을 친다.

수행과 각종 비교과도 11월 중순에 마무리해야 한다.

그 모든 걸 성적화해서 고입을 위한 한 줄 세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면 아이들은 좋을지 모르겠지만, 담임들은 죽어난다.

담임도 아이들 성적을 산출해야 하는 교과 교사이기 때문에 지필, 수행 마무리 작업을 하고, 거기에 지난 3년간 출결, 수상, 임원 경력 등을 다 확인해서 잘못된 것이 없는지 수차례 확인해야 한다.

그것들을 확인하면 중입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한다.

이 중입 프로그램에 혹시나 오류가 없는지, 또 프로그램을 숙지하기 위해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미완이라도 담임들끼리 성적과 생기부를 마감해서 프로그램을 돌려봐야 한다.

3학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도 아이들의 진로 고민은 끝나지 않아 아이들과 상담하고, 혹시나 부모님과 의견이 다를 수 있어 부모님과 상담하는 경우도 꽤 있다.

중 2 때부터 고입설명회를 들으며 늦어도 중 3 1학기까지는 학교를 정해두면 좋겠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1월이 시작되었다.


오늘 드디어 중 3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


종례 후, 우리 반 아이가 내가 가르치는 과목에서 자신이 쓴 답이 맞는지 질문했다.

답지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확언할 수 없기에, 확인해보고 답해주겠다고 했다.

좀 정신이 없긴 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채점해서 확인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선생님, 일이 정말 많으실 것 같아요. 저희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동동동하던 내 마음이 갑자기 눈 녹듯 사르르 녹아버렸다.


작년, 올해 2년째 우리 반 아이인데, 정말 많이 자랐구나 싶었다.

2년 동안 매일매일 지켜봤는데, 언제 이렇게 마음이 담임도 모르게 훌쩍 커버렸을까.


학교에서 지내다 보면 힘들고 속상한 일들도 많은데, 이런 따스한 말 한마디에 그 속상한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린다.


너 참 잘 자랐구나.

이제 다른 세상으로 날아갈 텐데, 그렇게 계속 잘 자랐으면 참 좋겠다.


중 1, 2 때는 다소 아기 같던 아이들이 3학년이 되면 쑥 자라는 게 느껴진다.

누군가 한 뼘씩 쑤욱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는 이 직업이 참 고맙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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