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코로나로 억눌려있던 아이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학교의 수많은 행사가 되살아났다.
그중 축제는 2학기 학교 행사의 꽃이다.
축제를 준비하며 엄청나게 많은 반이 '정ㅡ반ㅡ합'의 과정을 겪는다.
처음에는 평화롭게 축제를 준비한다.
남녀합반을 살펴보면 주로 여학생이 리더가 된다.
착착착 준비를 하면 남학생들은 울상이 되어 여학생이 시키는 걸 한다.
거부하는 순간 남는 건 죽음뿐이다.
그래서 남학생들을 살피면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이 칼군무가 이루어진다.
여학생반은 말할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남학생반도 말할 것이 없다.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완성은 된다.
시간이 지나며 '반'의 과정을 거친다.
강한 독재자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외치는 몇몇 강경파가 나온다.
"누가 숨소리를 내었는가?"
독재자의 말에 끝까지 저항하는 자와 저항하지 못하는 자로 나뉜다.
저항하는 자는 욕으로 맞서거나 눈물로 맞선다.
욕으로 맞서는 경우 차마 듣기 힘든 쌍시옷 욕이 교실에 남발한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다행히 우리 청소년들의 욕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눈물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쥐어짜도 안 나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 반의 단합을 위해서'라는 명분에 의해 그들의 반항은 곧 좌절된다.
저항하지 못하는 자는 끝까지 그 체제에 순응에 최선을 다해 춤을 춘다.
축제 일주일 전쯤엔 '합'의 과정에 이른다.
반 아이들 모두 한 몸 한뜻이 되어서 움직인다.
이쯤 되면 입으로는 싫다고 하지만 청소년들도 즐기고 있음이 틀림없다.
축제를 준비하며 반아이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좋든 싫든 이것이 사회화되어가는 과정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세상 반응 없고 조용하던 우리 반에 생기를 불어넣어준 축제의 소중함을 오늘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