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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Dec 23. 2022

사춘기라는 청소년

눈 오는 날

수업 시간이었다.


평소 자연광을 좋아해 창문 쪽 블라인드를 올려놓고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이 소리친다.

"눈이다!!"

아이들의 눈이 창밖으로 향한다.

이 동네에서 눈은 희귀한 존재다.

아이들의 엉덩이 한쪽이 이미 의자에서 떨어졌다.

"선생님, 눈 보러 가고 싶어요."

"선생님, 저 잠바 입었어요."

"선생님, 눈 보세요."

아이들의 성화가 빗발친다.


그렇다.

나는 만만한 선생님이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는 선생님이라면 그런 소리도 못하고 애들이 바짝 얼어 있을 텐데 나는 헛소리도 많이 하고, 수업시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 한다며 헐렁헐렁하게 반응하며 장난도 많이 치는 선생님이다.

애들도 누울 곳을 보고 비빈다고, 왠지 나한테 조르면 먹힐 거라 생각한 거다.


"안돼."

"아아앙~~"

필살기 애교까지 사용한다.


허.. 이 놈들..

이러니 만만하게 보지..  또 아이들의 애교에 넘어가버린다.


"좋아. 하지만 3분만 일찍 마쳐줄 거야. 더는 안돼. 그리고 운동화로 꼭 갈아 신고, 추우니까 따뜻하게 하고 나가."

"네!!"

교실이 떠나가는 줄 알았다.

3분이라도 일찍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다들 싱글벙글이다.


3분 전.

궁둥이 두 짝이 다 떴다.


"그래, 나가라."


튀어나가는 뒤통수에 대고 외친다.


"뛰지 말라고!!"


운동장에 삼삼오오 모여서 눈싸움도 하고 눈구경도 한다.

이럴 때는 청소년인지 어린이인지 구분이 안 된다.

세상 무서운 청소년도 한 마리의 강아지가 되어 운동장을 누빈다.


어른들은 눈을 보고 도로를 걱정하는데,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다.

눈을 보고 즐거워하는 청소년들은 아직 동심을 갖고 있다.

그 동심을 가능한 오랫동안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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