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 반 반장이 찾아왔다.
정말 중학교 3년 내내 공부라곤 지지리도 안 하던 녀석이다.
잔소리도 했고, 어머니께 솔직하게 말씀도 드렸다.
어머니와 손잡고 정신 차리게 해 보자고 작전도 짰다.
비록 실패했지만.
이 녀석이 근방의 학교장 전형의 학교에 갔다.
커트라인이 있는 학교로.
이 녀석이 변했다.
공부가 재미있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이 다 공부하니 자신도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하다 보니 재미있단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6,7교시 마치고 9시 반까지 자습하다가 기숙사 들어가서 11시 반까지 공부하다가 씻고 1시쯤 잔단다.
(다들 그리하니 그게 당연한 듯)
체력이 받쳐주니 크게 문제없어 보였다.
(초등 6년, 중학 3년 도합 9년간 공부보다 운동에 진심이었던 녀석)
3모 성적은 어떻느냐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중학교 때라면 생각지도 못한 점수다.
그때도 늘 수학 선생님과 이야기했다.
머리는 있는데, 공부 자체를 안 한다고.
뒤늦게 머리가 틔였나 보다.
3년 뒤에도 찾아오라고, 그때 성적 나쁘면 두들겨패겠다 협박했다.
그랬더니 씨익 웃으면서 진짜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갖고 오겠다 장담한다.
그래, 내가 이래서 너를 좋아하지.
멘탈이 약한 아이에겐 이런 이야기보다 달래고 위로하는 말이 필요하지만 너는 좀 힘들어도 씨익 웃고 이겨낼 거라 생각한다.
멘탈도, 체력도 갖춘 아이가, 이제 마음을 먹으면 얼마나 달려 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집에 가는 길에 재작년 반장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한다.
에고, 녀석들. 고등생활이 만만치는 않을 거다.
그래도 선생님은 너희를 믿는다.
이 아이들이 비록 SKY는 못 갈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은 자신들이 최선을 다해 살았던 그 힘으로 분명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각자 안에 씨앗을 품고 있다.
이제 막 싹이 텄다.
그게 무슨 싹인지는 더 자라 봐야 안다.
그리고 환경에 따라 무한히 더 잘 자랄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을 믿어준다면 공부해야 할 그 시기에 충분히 공부를 잘하고, 또 그 이후에도 잘 자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