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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림 May 05. 2022

꽃이 주는 즐거움

배신감

엊그제 민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굉장히 악의적이고 끈질긴 민원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에 출근이 힘들 지경이었다.

집에 있을 땐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출근하자마자 다시 기분이 안 좋아지며 울컥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앞 다르고 뒤 다르다는 말이 이런 말일까?

앞에서 이렇게 웃으면서 뒤에서 그렇게 끈질기게 민원을 넣었단 말인가?

직장인이 커피 한 잔도 시켜먹지 못하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연예인들이 악플로 멘털이 나가고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게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너무나 속상한 마음에 비슷한 마음을 가진 이 넷이 모였다.

서로 수다로 마음을 위로하고 기분을 털기 위해 애썼다.


집으로 오던 중 바닥에 꽃이 가득 떨어져 있었다.

조팝나무였다.

아마 가로수 가지치기를 하다가 다듬어지며 버려진 것이었나 보다.


꽃이 꼭 내 처지같이 느껴졌다.

군가가 원하는 틀에 맞춰지지 않으면 잘려나가 버리는...

원래 이 꽃이 예쁘다 생각도 했었고, 버려진다는 게 아깝기도 했다.

꽃가지를 잔뜩 주워왔다.

당장 꽃병이 안 보여 페트병에 담았다.


오늘 아침 꽃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꽃을 보며 자꾸 웃음도 난다.

아직 몇 달이 더 지나야 하는데 마음을 완전히 닫아버려야겠다 생각했는데 꽃을 보며 나쁘게 생각했던 마음도 조금 바뀐다.


더 어렸을 때는 젊음 자체가 꽃보다 아름다우니 꽃의 가치를 몰랐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꽃의 아름다움, 꽃이 주는 즐거움이 크다.


다시 출근하고 속상해서 마음을 닫아버릴지 모르나  지금은 꽃 덕분에 마음의 빗장을 다시 조금 푼 것 같다.

그나마 꽃이 가득한 봄날이라 더욱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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