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면 새학기가 시작 된다. 나름 아이가 작년 1년간 어린이집 생활을 활동적으로 즐겁게 잘 하기도 했고, 떠나는 선생님과 언니오빠들과의 이별도 잘 마무리 했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집이 바뀐것도 아니고, 담임선생님이 바뀐것도 아니고 친구들이 바뀐것도 아니여서 잘 적응하겠거니 했다. 내가 보는 눈으로는 아이의 일상생활 하는 공간에 많은 변화가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달랐나보다.
선생님이 수료식 하던날, 3월에 오면 신발장 위치가 바뀌어있을꺼라고 미리 알려주셔서, 여기에 대해서는 아이가 마음에 준비를 하고 갔는데, 교실로 들어간 순간 아이 눈엔 다 바뀌었나보다. 어린이집 교실에 들어가서 가장 처음 맞이하는 장소가 가방 정리하는 사물함인데, 가방정리하는 곳과 사물함의 위치가 다 바뀌어서 아이가 적지않게 당황했나보다. 어린이집 갔다와서 제일 먼저 했던 얘기가 엄마, 사물함 위치가 바꼈어. 라고 말했는데 그뒤에 생략되어있던 '엄마 사물함위 위치가 바껴서 내 자리를 못찾아서 당황했어' 라는 아이의 마음을 봤어야 했는데 그 순간 못알아 차렸다. 그리고 어렵게 가방정리를 하고 교실을 보니 얼굴은 알지만 내 공간에 친구들보다 더 많은 동생들이 와 있는게 처음이니 또 멈칫. 친구들과 같이 놀 놀잇감을 찾아야 하는데 놀잇감 위치가 다 바뀌어서 원하는게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힘들고, 자기가 좋아하는 물고기 놀잇감이 사라지고 말 그대로 아이한테는 멘붕의 연속인거다.
그런데다가 보조 선생님이 새로오셨다며 낯선 인물의 등장. 불편한 마음을 꾹꾹 누르면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려는데 잠자는 자리가 바껴서 또 불편함.그러다 담임선생님이 아이 옆에서 함께 자주셔서 아이에겐 그게 오늘 불안했던 마음에 큰 위안이 되었나보다. 거기서 눈물이 펑펑.. 대성통곡, 자기 다 바껴서 너무 힘들고 긴장했다고..ㅜㅜ 순간 당황했다.
우리 집 아이의 기질은 불안이 높은 아이이고, 불안들을 낮추려고 아이가 밀도있게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라는걸 간과하고 있었다. 불안을 낮추려고 완벽하게 뭐든 하고 싶은 아이인데 자기 뜻대로 되는건 없고 한마디로 아이는 혼돈의 카오스에서 지내다 온거다. 30분 넘게 울고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 해주고, 긴장이 높아질때 하는 호흡법도 알려주고.. 과연 내가 아이에게 도움이 좀 되었을까 싶지만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당황했다.
피한다고 해서 불안이 낮아지는게 아니라, 자주 마주해야 불안이 낮아지는거라는걸 알려줘야하는데.. 자기는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만 있겠다고... 내가 불안이 높다보니 아이의 마음이 이해 안가는건 아니지만, 대처를 어떻게 해줘야 아이마음에 와 닿을지 잘 모르겠다. 공감이 부족한 엄마라 참..
새학기엔 어떤 아이라도 대부분 긴장감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특히 말로 표현이 힘든 유아기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엄마가 말로 해석해줄때, 거기서 감정이 터지는 것 같다. 아이가 요 며칠 눈에 띄게 산만해져서 좀 이상하다고 뭔가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건지, 한약을 먹고 에너지가 넘치는건지 긴가민가 했는데 불안이 높아서 행동이 방방 뜨는거였다. 내적 조절이 안되고 밸런스가 깨진거지..
1월생이다보니 내눈엔 완전 큰언니가 된 기분이였는데, 아이는 아이이고 아직은 새로움이 아이에겐 마주하기 어려운 환경인것이다. 내가 선생님이 바뀌지 않고 친구들이 바뀌지 않는 발도르프 원을 선택한 것도 아이의 기질 때문이었는데, 만약 엄마 욕심에 화려하고 큰 대형 유치원을 보냈으면 우리집 아이는 멘탈 나갔을지도...
덩달아 내불안도 치솟을 뻔 했다. 순간 아이가 적응하느라 힘든데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들을 새롭게 시작해도 되나? 여기서 멈칫했다. 휴.. 그래도 불안이 높은 덕에 아이는 관찰력과 집중력이 뛰어나고, 불안이 낮아지게 되면 아이는 그 누구보다도 잘 해내는 아이이니 아이를 믿고 지지해주는 수밖에.. 불안 높은 아이들, 새학기는 어떻게 적응하나요? ㅎㅎ 다른집 이야기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