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건 아마 May 16. 2022

2022.05.16~05.29 < 2주 식단시작>

자연식물식 "지향" 식단 (고구마 감자 샐러리만 먹는다는 뜻 아닙니다)

나는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음식을 사랑한다. 


햄버거, 피자, 치킨, 비빔밥, 토마토달걀볶음, 양꼬치, 삼겹살, 소고기, 한식 중식 양식 정체모를 음식 등등..


그러나 내게 만족스럽지 않은 단 하나의 식사를 꼽으라면 가공식품이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기분이 나쁜 음식들. 이런 음식들은 대체로 보관이 아주 쉽고, 냉장고보다는 냉동고에 저장되는 경우가 많으며(냉동만두, 치킨너겟, 각종 냉동식품), 상온에 두어도 상하지 않는 음식들(과자, 젤리, 쿠키)인 경우가 많다. 


예전엔 이런 음식들만 먹으면서 살았는데, 역시 사람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식습관이 변하나보다. (1) 한번 크게 아파볼 것 (2) 식습관을 바꿨을 때 오는 엄청난 효과를 본인이 직접 경험해볼 것


의사도 나도 원인을 모른채로 한 달에 한 두번은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장이 꼬이는듯한 복통이 찾아오고, 툭하면 체를 해서 토하고, 매순간 기운도 힘도 의욕도 없었던 나는 달달한 음식을 끊고 자연식물식 지향 식단을 시작한지 1주일만에 찾아온 신체의 놀라운 변화를 겪고 식습관을 크게 바꿨다. 


시작은 단순했다. 단 음식을 끊어보자!


시작했던 이유도 기억이 안난다. 첫 2~3일까지는 괴로웠다. 삼시세끼 밥을 먹고나서 항상 후식을 달고 다니던 나에게 후식을 참는다는 것은 일상의 즐거움과 새로움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밥을 먹고나서 또 먹을 게 없다는 것, 밥을 먹고나서 알록달록한 쿠키 케이크 마카롱 등 디저트들과 함께 마실 바닐라라떼가 없다는 것은 내 삶을 더 단조롭고 지루하게 만들었다. 


3일이 지났다. 이전엔 느껴본 적 없는, 몸이 엄청나게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피곤하지 않았다. 왜지? 하고 생각했다. 아! 내가 단 음식을 끊었었지, 하고 기억이 났다. 밥이 맛있어졌다. 밥 먹는 내내 다음에 바로 먹을 후식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밥 그 자체에 집중하며 먹었다. 이전엔 느껴본 적 없을 정도로 밥은 꿀맛이었다. 알록달록한 디저트의 모양보다 더 알록달록하고, 매력적이고, 향기롭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들이 단조로웠던 내 삶을 다시 활기차게 만들었다. 끊겼던 생리를 시작했다. 이 외에도 장점은 수도 없이 많았다. 


시작은 단 음식만 끊을 작정이었으나, 몸의 변화를 보니 이제 건강한 음식이 먹고싶어졌다. 단 입맛이 변하니 가공식품도 먹고 싶지 않아졌다. 그렇게 자연식물식을 시작했다. 2주만에 5kg가 빠졌다. 굶지도 않았고, 초절식이나 절식으로 배고프게 먹지도 않았다.


그러다 애인과의 기념일이 찾아왔다. 한달 전 예약한 한우집. 거진 한 달간 고기를 끊었던 나는 불안했다. 예상되었던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꽤 과식을 했다. 한 번 고기를 먹으니 폭주를 시작했다. 그런데도 살은 이상하리만치 찌지 않았다. 



문제가 뭐였을까?



1. 너무 빡세게 식단을 조절한 탓이다. '고기는 먹으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고기가 먹고 싶어지는게 사람이다. '안 돼!'가 아닌, '맛있게 먹어!'가 통한다. 즉, 평소엔 고기말고 다른걸 맛있게 먹되 고기가 먹고싶거나 먹어야하는 순간이 오면 그냥 먹는다.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다. 고기는 내 삶에서 단순히 '먹으면 안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나 자신에게 '먹으면 안돼!'라고 되뇌며 스스로를 옭아매지 말아야한다.

완전무결한 '채식'이 아니라, 그것을 '지향'하는 삶


2. 특별한 날은 먹어도 되는 날, 평소엔 엄격히 금지해야 하는 시기.

1번과 이어진다. 평소에 이런저런 음식을 먹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금기시하니, 특별한 날엔 자연스럽게 그런 음식들을 허용하면서 오늘이 지나면 또 못 먹는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과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먹는 것에 시기구분은 없다. 언제든 행복하게 먹어야한다. 


3. 갑자기, 인위적으로 입맛을 완전히 바꿔버리려는 노력

뭐든지 과하면 역풍이 분다. 용을 써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기보다, '내가 좋아해서 그렇게 되려고'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나는 종류 상관없이 모든 음식을 사랑한다. 그러면 그 모든 음식을 먹으면서 그냥 즐기면 된다. 


'전 가공식품 좋아하는데요?'


전적으로 나만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가공식품을 좋아하는 것은 지금 내 신체와 내 입맛이 정상이 아니라는 증거다. 인간은 가공식품을 좋아하고, 그것을 먹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내 몸이 원래 좋아하던 것들을 제공해주어야한다. 나는 내 몸의 주인으로서 그렇게 할 의무가 있다. 이런건 경험해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가공식품을 먹으면 칼로리는 높고 영양은 없어서 끊임없이 영양을 찾아 식욕이 돋는, 그리고 끊임없이 자극적인 음식만을 찾는 악순환이 생기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내 몸이 알아서 배부른 지점을 알게 된다. 노력하지 않아도 내 몸이 알아서 과식하지 않는다. 


천천히 내 몸과 내 혀를 정상으로 돌려놓자. 






어쨌든, 이제 문제를 알았으니 나는 다시 2주간 새로운 나만의 식단을 찾기로 했다. 모두에게 맞는 식단은 없다. 내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모든 답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몸이 가장 편안하고, 건강하고,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들을 먹으면 된다. 그런 음식들이 뭔지 알아도 자꾸만 예전에 좋아하던 음식들이 생각나 잘 안된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입맛을 바꾸는 일은 천천히 해야 하는 일이다. 조급해하는 것도, 완벽하지 못한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강박을 가지는 것도 내가 아직까지는 내 몸의 소리를 듣는 것에 서툴러서 내 몸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은 내 신체와 입맛이 정상이 아니라는 증거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이들이

자신의 몸과 온전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나의 2주 식단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다. 


규칙 1. 아침은 온전히 과일식으로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달달한 디저트를 끊고나니 과일의 다양하고 섬세한 맛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아침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좋다고 하는데, 과일이 그에 딱 적합한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아침을 거하게 먹으면 점심도 왠지 맛이 없고, 아침형 인간인지라 오전에 공부를 해야 하는데 집중도 안되기 때문에 첫 번째 규칙을 위와 같이 정했다. 과일은 제철과일로 하되, 원활한 배변활동을 위해(?) 키위는 꼭 넣기로 했다. 내 통장..


규칙 2. 자연식물식 '지향'하기

육류 및 유제품의 완전한 금지는 금물. 내가 좋아서, 맛있어서 하는 식단으로 진행한다. 다만, 가공식품이나 초가공식품은 최대한 제한한다. 


규칙 3. 물 2리터 마시기

오후에 공부할 때 피곤한게 제일 싫은데, 피곤한 이유 중 하나가 물부족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규칙은 지키기로 했다.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커피를 마신 양의 2배 물을 마셔주면 된다. 커피는 이뇨작용이 있습니다 여러분..


규칙 4. 달달한 음료 및 음식 완전 끊기

최근 들어 다시 달달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2주라는 단기 프로젝트인만큼, 단 음식은 좀 더 제한하고자한다. 물론 지금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 예전만큼 맛있지도, 많이 먹지도 못하지만(물려서..) 그래도 과거 디저트와 연관된 좋은 기억들이 가끔 떠오를때가 있다. 그럴때면 많이 먹지도 못할텐데 좋은 사람들과 있을 때는 괜히 사서 먹고는 한다. 단 음식에 대한 식욕보다는 좋았던 기억에 대한 구매욕(?)인 것 같아, 이런 습관도 이젠 다른 것들로 대체해보고자 한다. 



이 외에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 습관들은 

(1) 매일 아침공복 or 저녁 달리기 30분,

(2) 아침 6시 반 기상(요즘엔 바빠서 밤늦게 자느라 못 지킬때도 많긴 하지만), 

(3) 매일 근력운동(횟수로 따지면 스쿼트 100개에 스파이더플랭크 20개 정도. 많이는 안(못)한다), 

(4) 밥 천천히 먹기(어릴때부터 천천히 먹는걸로 구박을 많이 받았다), 

(5) 일어나서 and 자기 전 스트레칭, 

(6) 일어나서 10분 명상(ADHD에 좋다길래..) 등이 있다. 


써놓고 보니 많네.. 나름 뿌듯하다. 기존 습관들에서는, 노력하지 않아도 이젠 쉽게 하는 습관들은 내버려두고 강화해야 하는 것들은 강화하려고한다. 


1주 뒤에 중간점검, 2주 뒤에 후기글로 돌아와야지. 파이팅!


오늘의 첫 아침 과일식단. 참외가 제일 맛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