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2)

<엽편 소설> - Have 가지다

by 그림책미인 앨리

"오빠~ 여기, 여기!"

고음의 목소리가 학교 정문부터 울려 퍼졌다.

진의 울림이었다. 목소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은 그녀가 부르는 목표물에서 멈추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모두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진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숙과 CC처럼 보였던 윤의 옆에는 진이 차지하였다.

도대체 따갑고도 경렬 한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키가 윤보다 큰 진은 윤과 키를 맞추기 위해 그 좋아하는 힐을 신지 않았다.

굽이 없거나 아주 낮은 로퍼로 바꿔 신고 다녔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입술이 그를 유혹한 걸까?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숙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잠시 뒤, 핼쑥해진 모습으로 숙이 나타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윤과 인사를 나누며 진과 마주 앉았다.

그들의 삼각관계를 계속 주시하던 민은 어떤 표정으로 이들을 맞이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더욱이 누구한테 털어놓지 않았지만 내심 윤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윤과 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고 오빠, 동생 하며 편하게 지낸 사이였기에 숙과 진 역시 그냥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뭐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 윤을 차지한 것은 윤을 가지게 된 것은 진이었다.

"야, 너 언제 소개팅하니?"

불쑥 마주 앉아있는 숙에게 진은 소개팅 이야기를 꺼냈다.

순간 이상한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던 숙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오늘."이라며 짧은 대답을 했다.

"아니, 갑자기 소개팅? 이건 또 무슨 일이야? 혼자 누구랑 소개팅한다는 거야. 그것도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는 민은 그저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고 진과 숙, 그리고 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졌지만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 진과 숙은 하나에서 열까지 친하면서도 서로 경계를 했기 때문에 민은 그저 중간 역할만 하는 처지였다. 그녀들 관심에 민은 전혀 끼어들지 못했다.


가만히 있던 윤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들며 "그래? 어느 과 사람과 하지?" 하며 관심 없는 듯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물었다. 호기심 찬 시선으로 민은 숙을 바라보았지만 숙은 별말 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 학교, 건축과 총대라네요."

승리의 미소를 계속 보내고 있는 진은 숙에게 집중되는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소개팅 잘해. 오빠, 우리 이제 가요."

숙에게, 민에게 그리고 학교 모든 여학생들에게 전쟁에서 이긴 여전사처럼 당당히 그녀는 윤의 팔짱을 끼며 유유히 걸어갔다. 뭐 키 차이로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지만 모든 이가 궁금해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진과 윤이 사라지고 숙은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민은 이유가 궁금했지만 그냥 두었다.

말하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말하는 숙이였기에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윤과 진은 공식적으로 CC커플이 되었다.

윤이 있는 과에서 여학생들은 난리였다. 자기들 과에서 CC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엉뚱한 과에서 윤과 커플이 되었으니 낙동알 오리처럼 된 누군가를 쳐다보았다. 이건 뭐 여자 주인공 사이에서 피 터지게 싸우는 남자가 아닌 남자 하나에 여러 여자들이 차지하기 위해 안 보이는 경쟁심을 벌였다니 그저 코웃음이 나왔다.


윤과 진은 사는 곳이 전혀 달랐다. 도시 자체가 달라서 쉽게 말하면 장거리 연예였다. 윤은 진을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하고 민과 함께 걸어갔다.

"궁금하지 않니, 내가 왜 진과 커플이 되었는지?"

"정말 궁금하긴 한데,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오빠."

"말하자면 길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숙과 난 타이밍이 자꾸 어긋났어."

윤은 알까? 민이 자기한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민은 알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그 무리에 끼어들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민, 시험 기간 때 학교까지 머니깐, 근처 다른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자. 시간 되면 와. 난 거기서 공부해."

'이 새끼가, 지금 뭐 하는 기고. 마음 접으라는데......' 윤의 한 마디에 윤에 대한 생각을 접으려고 했던 민은 흔들렸다. '뭐, 친한 오빠니깐.' 나름 변명을 정당화시키며 윤이 건넨 말을 머리에 저장시켰다.





공식 커플인 윤과 진을 두고 비밀스럽게 내기 거는 팀이 생겼다.

오래갈 거라는 의견과 전혀 성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는 두 의견으로 나누면서 저마다 술 산다는 조건으로 걸었다. 정말 이 커플의 끝은 어떻게 될까?

건축과 총대와 소개팅을 한 숙은 그리 나쁘지 않았나 보다.

애써 밝은 표정으로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이는 두 살 차이였고 털털했으며 무엇보다 자기 의견을 진심으로 들어줘 계속 만나 보기로 했다고. 숙은 뭔가 결정을 하면 직진하는 스타일이었다.

'정말 그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 숙의 마음을 잘 아는 민은 숙이 걱정스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복성으로 사귀는 것은 아닌지 마음에 걸렸다.

그나저나 민은 혼자 짝이 없었다. 그저 윤을 친오빠처럼 대하며 장난치면서 그것에 만족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자 민은 학교 도서관과 열람실에는 자리 차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평소에는 그리 텅텅 비어있더니 시험기간만 이리 꽉 찬 만원 버스처럼 엉덩이를 비비고 앉을자리 찾기란 어려웠다. 그때 윤이 한 말이 기억났다.

'맞다. 그 학교로 오라고 했지.' 윤에게 급히 전화한 민은 부리나케 그 학교로 달려갔다.

헥헥 거리며 도착한 열람실 앞에서 민은 윤에게 전화 걸었다.

윤은 민이 있는 장소로 뛰어왔고 함께 자리 잡은 곳으로 올라갔다. 조용히 들어간 열람실에는 민이 생각하지 못한 진이 있었다. 민은 무슨 생각으로 윤과 둘이 있다고만 생각한 걸까. 자그만한 얼굴,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빨간 립스틱이 참 잘 어울리는 진, 높은 톤의 목소리와 올백에 단정하면서도 시선을 끄는 그녀 모습에 그저 부러움이 민을 괴롭혔다.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던 민은 공부에 집중했지만 흔들렸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다. 윤과 진은 여전히 꽁냥꽁냥하며 그 학교의 CC커플처럼 그렇게 낯선 곳에서도 스며들었다.

윤과 진, 숙과 민은 그렇게 각자 위치에서 각자 방법으로 지내는 동안 시간은 속절없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갑자기 진이 민을 불렀다.

"민~ 나, 너에게 고민 이야기 하고 싶어. 들어줄래?"

"너 말고는 내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어."

진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민은 자신이 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진이 알아버렸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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