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영화평론가는 '그 사람이 어디에 돈과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지'를 통해 누군가를 정의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한다면서, '책에 시간과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나의 소비를 돌이켜 보았다.
나의 돈
나의 시간
나의 감정
어디에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을까.
돈의 경우, 식비와 교통비, 생필품 외에
크게 소비하고 있는 곳이 없었다.
시간과 감정 또한 해야할 일들에만 사용하고 있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알바, 과제, 내 분야에 필요한 공부들에.
나는 예술작품을 보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사실상 거기에 쏟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
해야할 일들에 치여살다가 겨우 여유가 생기면 쉬기도 바쁘니까.
내게 더 많은 여유가 생긴다면, 생업과 직결되는 문제를 떠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겠지.
그 여유 있는 상태가 지금은 아니었다.
현재 내 상황에서 내가 사용하는 시간과 돈은 나를 완벽히 정의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동진님의 말은 완벽히 들어맞는 정의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셨다.
그리고 나 또한 간과했다.
내가 치열하게 살아내는 삶 속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부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모르고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저 살아내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