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30일, 아침밥 일기를 쓰기 시작하다!
매일 아침밥을 정성껏 차려 먹고 출근해서 후배들에게 자랑질을 하던 내게, 당시 막내 작가 수민이가
“언니, 이걸로 인스타 해보세요~”
라고 제안을 했다.
뭘 어찌 하면 되냐, 페북은 그간 열심히 해왔는데 인스타는 이상하게 어렵더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나는 꼬꼬무처럼 이 얘기에서 저 얘기로 구렁이 담 넘듯이 타넘어가며 여러 가지 얘기를 한 페이지에 써버리는 말 많은 43세 싱글녀인데다가 설명충이라 도무지 사진 한 두장 올리며 우아떠는 인스타 감성이 맞지 않아 20대 막내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었다. 그리고 해시테크... 그거 참 어려워~ 안 그래도 말 많은데 그 말 다 하고 뭔가 요점 정리를 하라는 것 같아 귀찮기 그지 없달까?
“언니, 별로 어렵지 않아요.”
수민이는 자기 계정으로 해시테그 다는 법, 간단히 업로드하는 법 등등을 알려주며 나의 아침밥 보고를 기다리겠다 하였다. 어쩌면 할 일 많아 죽겠는데 매일 출근해서 제 아침밥 사진이나 보라고 부르는 메인 언니가 귀찮아서 일러준 인스타 업로드 요령일 수도 있었겠으나 그런 것에 눈치라고는 딱히 없는지라 감사히 여기며 아침밥 일기를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야겠다, 단 몇 초 만에 기획에 성공하였다. (이런 스피드의 기획력을 일에도 적용하면 참 좋으련만)
그리고 다음 날, 날짜까지 턱! 박은 사진을 올리며 첫 번째 아침밥 일기를 올렸다. 날짜를 박은 사진을 올린 것은 실수였다. 뭘 어떻게 하는지 몰라 잘못 눌러서 날짜가 박힌 것인데 그냥 수정하지 않았다. 처음이니까. 처음엔 뭐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은근히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숨쉬는 인간이라 이런 것도 한다고. (라고 정당화 했으나 어느 누구도 저것이 나의 실수인지 의도인지 아직도 모른다. 하하하하하하하)
수민이는 나의 첫 아침밥 일기에 댓글을 달아주었다. “언니, 너무 잘하셨어요~”라고.
2022년 10월 현재.
여전히 나는 아침밥 일기를 올리고 있다. 햇수로 5년째, 만 4년 5개월째.
별일이 없으면 매일, 아주 바쁜 즈음에는 두 달 정도 일기를 쓰지 못하는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나의 하루는 아침밥을 준비하고 먹으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그 기록을 토대로 먹을 것을 대하는 나의 이야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하루 하루를 대하는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동안 아침밥은 나에게 명상이었고 힘이었으며 나와 나의 하루, 당신의 하루를 사랑하게 한 마음이었기에, 몇 달 째 무기력한, 갱년기를 앞둔 싱글 여성의 치유를 위함이니 수다스러운 아침밥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시라. 혹시 아는가? 괜히 아침밥을 꼭 챙겨먹어야겠다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던가, 아침밥을 안먹었는데도 배가 엄청 부른 마법 같은 일이 생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