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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주 Oct 22. 2022

초특급 부자들의 반찬, 홍돔

아침밥 단상 - 아침에 드는 백만가지 생각

만수르 부럽지 않은 큰 물고기, 홍돔 아침밥



2021. 1. 28. 목요일


남들 퍼다 멕이는 것이 취미인, 특히 나의 냉장고에 물고기를 채우는 것이 세~~상 기쁜, 나의  친애하는 동네 친구님께서 얼마 전에 대따시 큰 반건조 홍돔을 10여 마리 쥐어 주고 갔었다. (참고로 나의 냉장고는 내가 하는 음식의 양에 비해 작은 편인데 풀옵션 조건의 집에 들어와 살다보니 냉장고의 크기가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좀 답답하지만 덕분에 냉장고 테트리스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동네 친구님이 준 제주산 고등어와 갈치가 아직 냉장고에 있고 (그 때도 박스째 안겨 주고 가는 바람에 엄빠 주고 동생네도 나눠줬지만 여즉 남아있다) 이번에는 크기도 어마 무시한, 그러나 먹을 때는 “이것 참 실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홍돔! 부지런히 먹어야 하느니!


전에는 구워 먹었는데 오늘은 쪄 봤다.

반건조 홍돔찜과 브로콜리 들깨 무침, 당근 라페 같이 몸에 좋을 것 같은 반찬을 놓고 미역국과 함께 먹으니 참으로 온 세상을 얻은 것 같구나!

아침상에 물고기 한 마리 있어야 제대로 먹었다~ 싶지! 암~ 그렇고 말고!

사실 홍돔.은 물고기 애자로 평생 살아온 나도 동네 친구 덕에 첨 들어보고 먹어본 어종이다. 그러니 아직 못봤다고 섭섭해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말이다, 수많은 돔 중에 [홍돔]이 어떤 물고기냐 하믄!

지난 주말에 유튜브의 어느 영상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홍돔 얘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으응? 얼마 전에 내가 구워 먹은 홍돔???


유튜버 찐피디의 영상을 캡처한 것입니다.  <경주 최부자집 딸들> 시리즈 https://youtu.be/fPMjIgVs9pM


이 영상의 주인공은 최희 여사님인데 동계 정온 종가 종부이자 그 유명한 경주 최부자집 손녀다. 뭔 전설이나 옛날 이야기 속 주인공 같은 그 ‘경주 최부자집’의 직계 손녀 되시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본 영상에 의하면,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려 곳간을 열었다'던 그 대단하고도 유명한 경주 최부자, 최희 여사님의 할부지 최준 선생님께서 드시던 물고기가 오늘 아침에 내가 먹은 ‘홍돔’ 이라는 것!


이야~ 난 부자다!


급한 결론이지만 그렇다고 치자. 사실 지름 30cm가 넘는 솥에 겨우 들어가는 겁나 큰 물고기를 밥상에 올려 홀로 먹을 수 있는 패기 자체가 부자 아닌가? 최희 여사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첩이 도망가도 모를 정도로 홍돔은 맛있다. 오늘 먹어보니 굽는 것이 더 맛있는 것 같다.



그리고 캡쳐한 저 영상 말인데, 찐PD 라는 분이 오랜 시간에 걸쳐 (2002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간) 촬영한 것을 적절하게 펼쳐 편집해 유튜브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일기를 쓴 2021년 1월 기준. 글을 다듬어 업로드 하는 2022년 10월 현재, 여전히 운영되고 있고 다행히 최희 여사님도 아직 살아계신 듯 하다) 주말에 저거 보다가 또 엄청 울었네.


방송 작가로 일을 하다 보면 섭외는 결국 작가의 몫이라 출연해달라고 사탕 발림 해가면서 엄청 꼬셔가메 촬영하고 다시는 연락 안하는 작가 피디들이 대부분일텐데 (나도 그 중 하나다) 할머니가 처음 촬영했던 2002년 이후 15년간 연락 한번 없던 PD 걱정을 했다는 말씀을 보니 그간 나와 방송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심지어 나는 SBS의 <좋은 세상 만들기> 라는 프로그램의 막내작가로 방송을 시작했다. 격주에 한 번, 2박 3일간 시골 마을에 찾아가 그 곳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촬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요즘도 가끔 회자되는데, "아들아, 옆집에 보일러 놨다더라" 같은 불멸의 멘트로 실제 그 할아버지가 보일러 CF를 찍었었나? 그랬을거다) 나의 시작이 그런지라 거짓말 보탠 아흔 아홉칸의 커다란 종가를 지키며 살고 계시는 최희 할머니의 모습이 남달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영상을 계속 만들고 있는 찐PD라는 분이 개인적으로 대단해 보였다. 지금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디 납품할 영상도 아니고 15년 후에 옛 출연자를 찾아가 아무 댓가 없이 기록을 만들다니! 멋지다.


그래서 말인데 혹여 시간이 되신다면 유튜브에 #찐피디 #경주 최부자집 딸들, 요롷게 검색하여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진짜 양반, 조선 시대의 마지막 귀족이 어떤 것인지, 부자의 품격이 무엇인지, 

그러면서 이 땅에서 여인으로 100여년을 살아가고 있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강추!


수다가 기네?? 출근 해야 되는데. 헴!




**덧말

후에 지인들의 댓글을 보기도 했고 제가 좀 더 찾아보니 제가 먹은 것은 아마도 아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붉통돔”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식해서 낚시터에 갖다 놓는다고 하네요? 그런데 요즘 지구가 아파서 제주 인근, 남해에서도 종종 잡히기도 한대요.


맛과 식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대요, 살이 날리는 느낌이라던가, 맛이 싱겁다는 리액션도 봤습니다. 많지는 않으나 저의 경험상 더운 동네의 물고기들의 식감은 좀 허술해요. 조직이 헐겁다? 그래서 회로 먹으면 더더욱 날리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구요, 그 동네 물고기들이 싱거워요. ;; 그래서 보통 소금쳐서 굽던가 향신료와 채소를 넣고 끓여 먹는 것 같습니다.

저는 위에 썼듯이 '반건조' 된 상태의 홍돔을 먹은 관계로 육질로 단단, 쫄깃하였고 약간의 간도 있었던터라 맛있었습니다. 실제로 양식 도미 말린 것과 그닥 차이를 못느꼈어요. 물고기는 살짝 말리면 정말 더 맛있거든요? 아시죠?  

게다가 물고기가 워낙 커서 밥(물고기 한 면의 두께..?)이 크고 좋아요. 아주 요고~ 제대로 먹는 느낌이 난다구요.

   

경주 최부자, 최준 선생님께서 드신 홍돔은 참돔. 인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붉통돔은 없었을테고 참돔 역시 살짝 붉은 빛을 띄어서 어느 지역에서는 빨간 돔, 홍돔, 그렇게 불렀나 보더라구요. 도미는 그 옛날에도 귀한 생선이었지만 최부자집인데 그 정도야..? ㅎㅎㅎㅎ

그리고.., 생각해보면 참돔머리구이... 정말 맛있거든요?

츄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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