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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Dec 27. 2023

열심히 살아도 공허한 당신에게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우울에 빠진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삶에서 큰 사건을 겪는다. 부모님과의 문제, 큰 노력을 기울인 일의 실패, 냉혹한 실연. 그런 일들이 발생한 이후 부정적인 감정과 자기 비판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우울의 늪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전혀 겪지 않고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는 아주 큰 성취를 이룬 이후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원하던 대학교에 진학한 이후, 승진 후, 큰 사업적 성취를 이룬 후. 그토록 원하던 일을 비로소 달성했는데, 대체 왜 우울에 빠지는 걸까?


과거에는 우울증을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 그리고 부적응적인 행동 측면에서만 다루었다. 진단 기준도 그에 맞춰 발전되어왔다. 하지만 그러한 접근은 실제 현대인이 느끼는 마음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 모든 사람들이 정신건강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도움을 구하는 사람의 약 절반만 특정한 질환으로 진단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은 일이나 결혼 생활, 자녀 양육에서의 문제, 철학자들이 ‘실존적 두려움’이라고 부르는 삶의 목적과 의미의 결여, 혹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심한 불안과 염려로 괴로움을 겪는다.


최근 인지치료의 경향은 이중에서도 ‘삶의 목적과 의미의 결여’에 집중한다. 삶의 목적과 의미를 인지치료에서는 ‘가치’라고 부른다. 가치는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과도 같다. 가치는 자신을 삼킬 것 같은 우울과 불안이 마음속에 떠오르더라도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성취를 이룬 후 우울감에 빠지는 건, 그것이 자신의 가치와 맞닿아있지 않거나 피상적인 가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허무감은 커지고 삶은 방향을 잃은 것처럼 혼란스럽기만 하다.


당신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충분히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무엇이든 좋다. 돈, 가족, 사랑, 창조, 봉사, 종교 등. 당신은 마음속에 우울이나 불안이 떠오를지라도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며 원하는 바를 향해 나아갈 방향이 있는가? 회복지향 인지행동치료(CT-R) 또는 수용전념치료(ACT)와 같은 접근에서는 체계적인 방법으로 가치를 명료하게 하고 그에 전념하는 작업을 통해 삶을 우울과 불안의 늪에서 끄집어낸다.


가치를 향한 삶을 흔히 버스 운전에 비유하곤 한다. 당신은 삶이라는 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버스엔 불청객이 타기 마련이다. 이런 불청객들은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직장에서 느끼는 모멸감, 자기 의심, 실패 등. 불청객은 도무지 버스에서 내릴 생각이 없다.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개 없다. 내리지 않을 불청객을 버스에서 어떻게든 내리도록 하기 위해 끊임 없이 그들과 싸우며 삶을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혹은 그냥 다 포기하고 그들이 시키는대로 운전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냥 버스 운전을 멈춰버릴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설령 버스 뒤에 불청객이 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버스를 내가 원하는 가치를 향해 운전하는 방법도 있다. 마지막을 택하면, 고통은 피할 수 없지만 그에 반응하며 괴로워하지 않을 순 있다. 흥미롭게도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방법을 통해 끈질긴 우울과 불안의 늪에서 빠져나오곤 한다.


삶의 모든 게 무의미한가? 무기력과 무의미함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되새겨보자. 구체화할 수 없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우선 나에게 중요한 게 명확해진다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거리를 두고,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blog/va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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