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승주 Jan 04. 2024

불면증에 대한 모든 것: 원리, 진단, 치료

불면증 이해하기

당신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침실로 향한다. 잠을 잘 자지 못 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걱정거리가 있거나 중요한 앞두고 있을 뿐이다.

“그 일은 어쩐담…”
“이번주에 있을 평가 시험, 잘 쳐야 하는데…”
“이틀 뒤에 중요한 발표가 있지.”


하지만 이상하게 눈이 말똥말똥하다. 이어서 잠에 대한 생각이 계속 들기 시작한다.

“왜 잠이 안 오지?”


결국 뒤척이다가 휴대폰을 본다.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다. 잠을 자보려고 하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럴수록 ‘잠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이 든다.

“왜 잠이 안 오지? 양이라도 세어볼까…”


어라?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벌써 아침이다. 컨디션은 좋지 않다. 언제 잠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밤에 많이 뒤척였기 때문이다. 우선은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 피곤하여 예민하긴 했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가 지나간다. 그리고 밤이 다시 다가온다. 당신은 생각한다.

“어제 잠드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 거의 한 시간은 누워있었지.”


가뜩이나 드디어 내일 중요한 발표가 있다.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당신은 기가 막힌 방법을 하나 떠올린다.

“ 그러면 오늘은 한 시간 더 일찍 눕자. 그게 안전하겠어. 한 시간 정도 뒤척이겠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로 잠드는 시간은 비슷할 거야. 그러면 내일 하루는 좋은 컨디션으로 보낼 수 있겠지.


안전한 생각이었다. 더 일찍 누워있으면 아무리 오래 잠에 들지 못하더라도 결국에 잠들기만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당신은 침실에 일찍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당연히 잠은 오지 않는다. 다른 변화 없이 잠자리에 일찍 들기만 했으니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휴대폰을 보니 벌써 평상시에 잠자리에 들던 시간이 되었다. 아직 눈은 말똥말똥하다. 이제 불안감은 증폭된다.

“뭐야… 일찍 자려고 한 시간이나 일찍 누웠는데 결국 어제와 다를 바 없게 됐네.”


안전하게 충분한 시간을 일찍 누웠는데도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자 불안감은 훨씬 더 커진다. 초조함은 침실을 압도해버린다. 그리고 그날 밤도 역시나 늦은 새벽이 되서야 겨우 잠들게 된다.


다음날도 동일하다. 물론 당신은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이다. 베개를 바꿔보기도 하고, 자기 전 운동을 해볼 것이다. 안타깝게도 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지만 말이다. 심지어는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기만 할 뿐이다.


그렇게 당신은 밤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불면증의 원인과 진단

어떤가? 나의 상황과 비슷한가? 모든 내용이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결국 불안감과 초조함이 침실을 압도해버리는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그게 불면증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수면장애로 진료 받은 사람은 67만 명으로 2016년부터 매년 약 8%씩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직장인 불면증의 흔한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번아웃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업부 부담감

육아 병행으로 인해 엉켜버린 수면 패턴


불면증은 잘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못 자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업무나 육아 때문에 바빠서 시간이 부족해 잠을 못 자는 건 불면증이 아니다. 그러한 경우에는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 불면증은 그와 달리 잠을 잘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그리고 노력하였음에도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불면증에서는 흔히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잠들기가 어려워 잠들기까지 30분 이상 걸린다.

잠에서 자꾸 깨거나, 깬 뒤에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 30분 이상 깨어 있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 다시 잠들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러한 문제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발생하여,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우리는 이를 불면증이라고 부른다.


불면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잘못된 수면 습관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복용하고 있는 약물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고, 타질환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하지불안증후군,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과 같이 수면과 관련된 질환에 의해 불면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드물진 않다. 뿐만 아니라 3개월 이상의 만성화된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50%는 불안, 우울 등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하지만 불면 증상 자체는 전체 인구의 35~50% 정도가 경험할 정도로 매우 흔하다. 그중에서 40~70%는 1~20년 내에 만성화되기도 한다. 불면증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정확하지 않은 불면증 정보들

전체 인구의 35~50%가 한 번 쯤은 경험하게 되는 흔한 증상이라 그런 걸까? 불면증을 호전시키는 방법과 관련하여서도 다양한 정보들이 있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 대부분의 해결책들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흔한 오해들을 살펴보자.


수면제

수면제는 생체시계를 꺼서 수면을 유도하는 안정제다. 벤조디아제핀, 졸피뎀과 같은 수면제는 단기적으로 불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면제는 내성과 중독이 있어 소량, 단기간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내성이 있다는 말은 약을 끊었을 때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는 뜻이고, 중독이 있다는 말은 약물 용량 조절을 실패했을 때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다. 따라서 그러한 약들은 소량, 단기간만 사용해야 한다. 즉, 3개월 이상 만성화된 불면증을 치료하는 데에 수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멜라토닌

멜라토닌은 수면유도제입니다. 수면제가 생체시계를 꺼서 수면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하면, 멜라토닌은 생체시계의 시간 설정을 바꿔 ‘지금이 자야 하는 시기'라고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멜라토닌은 수면리듬장애, 시차로 인한 불면 등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멜라토닌이 수면의 질 향상에 조금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여전히 불면증에 대한 해결책으로서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트립토판

가끔 불면증을 앓고 계신 분들이 트립토판을 수면 영양제로 챙겨드시는 분들이 있다. 트립토판으로 불면증을 극복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트립토판은 불면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립토판은 우리 몸 안에서 멜라토닌의 전구물질, 즉, 멜라토닌이 만들어지는 재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트립토판은 그외에도 우리 몸의 수많은 대사에 활발하게 이용된다. 트립토판 영양제를 조금 챙겨먹는다고 하여 우리 몸이 멜라토닌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불면증에 대한 멜라토닌의 효과도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불면증에 대한 트립토판의 효과는 더더욱이 입증되지 않았다.


마그네슘

2011년, 2012년에 진행된 연구에서 마그네슘이 일부 고령 불면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2021년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고령 불면증 환자들에 대한 마그네슘 영양제의 효과는 그다지 근거가 없다. 다만, 해당 연구에서는 마그네슘이 어디서든지 구할 수 있고 저렴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 자체는 “나쁠 게 없다"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항우울제

일부 항우울제는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약들이 장기적으로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불면증과 다른 정신과적 질환이 공존하고 있을 때 이를 독립적으로 치료하는 게 효과가 좋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우울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항우울제를 복용할 때 수면에 도움이 되는 종류의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효과적일 수 있다.


향기

특정한 향을 통해 숙면을 취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특정한 향이 불면증을 낫게 하고 더 좋은 수면을 제공해 준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물론 그러한 향기가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이를 통해 하루이틀 정도는 더 편한 마음으로 잠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느낌과 사실은 다른 문제다. 더군다나 신체의 감각 중 가장 적응을 잘하는 감각이 후각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향기를 통해 더 나은 수면을 유도한다는 방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베개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 환경 중 베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베개가 너무 높거나 낮아서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베개를 바꾸는 것이 좋다. 하지만 베개를 바꾼다고 잠을 더 잘 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베개를 바꿔서 수면에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잘 설계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느낌과 사실은 다른 문제다. 그러니 불면증을 베개를 찾아나서고 있다면, 큰 비용을 지불하고 베개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더 좋겠다. 마약 베개, 숙면 베개, 꿀잠 베개 등은 결국 우리들의 침실에 있는 것과 유사한 베개 중 하나일 뿐이다. 이는 침대 매트리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불면증의 일차치료: 인지행동치료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는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뜻한다. 인지치료는 수면 습관에 대한 교육, 자극 조절, 이완 요법, 걱정 덜어내기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행동치료는 수면 시간을 제한하여 점차적으로 수면 효율을 높이는 과정을 뜻한다.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는 이미 수많은 연구들에 의해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미국내과학회(ACP)는 3개월 이상의 지속된 불면증에 대해 인지행동치료를 가정 먼저 적용할 것을 매우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만약 인지행동치료만으로 효과가 없을 시에는 ‘단기간의’ 약물 사용을 병행할지에 대해 의사와 환자가 함께 논의하여 장단점을 비교한 후 결정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불면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Morin 박사가 최고의 의학 저널 Lancet에 2012년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는 불면증의 치료 중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과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덧붙여서 벤도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은 단기적으로 사용할 때에만 효과가 있으며, 장기적인 사용의 효과에 대해서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인지행동치료는 이미 불면증의 1차 치료로 충분히 입증되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인지행동치료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낮고, 매주 인지행동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며, 병원을 가지 않는 나머지 6일 동안 나 혼자 이 모든 것을 이겨내기에는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사실 불면증의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자료는 이미 수많은 서적이 존재하며, 영국의 NHS(국민보건서비스)에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였기 때문에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매번 혼자서 진행하기 너무 힘든 게 문제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의학과와 내과에서도 수면제를 많이 처방하는데 이들 의사들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큰 문제다. 하지만 찾아보면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하는 의원이나 프로그램도 많다. 그러니 근거가 부족한 유사과학에 돈을 쓰지 말고, 전문적이고 입증된 치료를 찾아 이용하도록 하자.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참고문헌

Fatemeh G, Sajjad M, Niloufar R, Neda S, Leila S, Khadijeh M. Effect of melatonin supplementation on sleep quali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J Neurol. 2022 Jan;269(1):205-216. doi: 10.1007/s00415-020-10381-w. Epub 2021 Jan 8. PMID: 33417003.


Low TL, Choo FN, Tan SM. The efficacy of melatonin and melatonin agonists in insomnia - An umbrella review. J Psychiatr Res. 2020 Feb;121:10-23. doi: 10.1016/j.jpsychires.2019.10.022. Epub 2019 Nov 2. PMID: 31715492.


Rondanelli M, Opizzi A, Monteferrario F, Antoniello N, Manni R, Klersy C. The effect of melatonin, magnesium, and zinc on primary insomnia in long-term care facility residents in Italy: a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clinical trial. J Am Geriatr Soc. 2011 Jan;59(1):82-90. doi: 10.1111/j.1532-5415.2010.03232.x. PMID: 21226679.


Abbasi B, Kimiagar M, Sadeghniiat K, Shirazi MM, Hedayati M, Rashidkhani B. The effect of magnesium supplementation on primary insomnia in elderly: A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clinical trial. J Res Med Sci. 2012 Dec;17(12):1161-9. PMID: 23853635; PMCID: PMC3703169.


Mah J, Pitre T. Oral magnesium supplementation for insomnia in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 Meta-Analysis. BMC Complement Med Ther. 2021 Apr 17;21(1):125. doi: 10.1186/s12906-021-03297-z. PMID: 33865376; PMCID: PMC8053283.


Trauer JM, Qian MY, Doyle JS, Rajaratnam SM, Cunnington D.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Chronic Insomn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nn Intern Med. 2015 Aug 4;163(3):191-204. doi: 10.7326/M14-2841. PMID: 26054060.


Qaseem A, Kansagara D, Forciea MA, Cooke M, Denberg TD; Clinical Guidelines Committee of the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Management of Chronic Insomnia Disorder in Adults: A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rom the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Ann Intern Med. 2016 Jul 19;165(2):125-33. doi: 10.7326/M15-2175. Epub 2016 May 3. PMID: 27136449.


Morin CM, Benca R. Chronic insomnia. Lancet. 2012 Mar 24;379(9821):1129-41. doi: 10.1016/S0140-6736(11)60750-2. Epub 2012 Jan 20. Erratum in: Lancet. 2012 Apr 21;379(9825):1488. PMID: 22265700.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blog/insomnia

매거진의 이전글 새해 목표에서 완벽주의 버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