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암시하는 신체 반응
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2. 몸과 신체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흔히 고민하는 문제는 “내가 과연 우울증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울증 테스트’를 해보기도 하고, 우울증 진단 기준에 대해 읽어보기도 하지만 피상적인 내용만 확인할 뿐이다. <우울증 증상 이해하기> 시리즈에서는 실제 우울증이 우리 삶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표현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자신이 정말로 임상적인 의미에서의 우울증에 해당하는지, 그 정도를 가늠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인용 부호를 사용하여 적은 표현은 실제 우울증 환자들이 이야기한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
많은 경우 우울증은 두드러지는 신체 반응을 동반하기도 한다.
1. 기운이 빠진 무겁고 아픈 몸에 갇혀버림
1-1. 에너지의 감소
우울증이 있는 경우에는 흔히 낮은 수준의 활력 에너지를 보고할 때가 많다: “활력이 모두 고갈되어버렸어요.”
우리들로 하여금 이 세상과 삶에 더 관여하도록 만드는 에너지의 결핍은 종종 소진된 느낌을 야기하는데, 심한 경우 사람들은 이를 마치 ‘마비’와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는 아침에도 피곤하고, 저녁에도 피곤하고, 하루 종일 피곤해요. 절대, 절대, 결코 상쾌한 적이 없어요.”
이러한 에너지의 감소는 사람들로 하여금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조차 매우 큰 피로감을 야기하도록 만든다: “(일상을 살아내는 건) 마치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어요.”
1-2. 신체 움직임을 방해하는 무거운 몸
무거운 신체는 움직임 자체를 방해하기도 한다: “마치 중력이 제 몸에만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1-3. 압박 또는 통증
무거운 신체는 종종 강렬한 압박감을 야기하기도 한다: “제 몸과 머리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압박감은 종종 통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건 끊임없이 지속되는 통증과도 같아요.”
신체의 압박감이나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 그것은 마치 신체가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다는 신체적 망상과 같은 믿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저는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어요. 장이 그냥 막혀버렸거든요.”
2. 몸, 마음, 그리고 세상의 단절
2-1. 단절감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마음, 신체, 그리고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되는 경험을 보고하기도 한다. 그들은 생각, 감정, 행동, 그리고 신체 반응에 대한 통제감과 소유감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나는 내 몸에 있지도 않고, 내 마음에 있지도 않으며, 단지 내 자신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어요.”
2-2. 기계 같은 몸
이전에는 세상을 경험하는 매개체로 작동되었던 몸은 우울증이 발생한 후부터 불편할 정도로 이질적이고 거슬리게 되기도 한다. 몸은 마치 자신의 외부 물체처럼, 스스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나는 모든 것을 자동적으로 하고, 내 몸의 신호는 차단되며, 듣지도 않고, 기계처럼 되고, 단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에요.”
2-3. 세상과의 단절
단절감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 그리고 세상과의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경험하는 ‘공동체에 소속된 느낌’을 갉아먹는다. 이러한 깊은 소외감과 배제감은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일상적인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을 만들게 된다: “나는 인류, 세계, 존재 자체와 완전히 단절된 느낌을 받아요. 나는 걸어 다니는 시체가 같아요.”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이 강렬한 느낌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죄책감이나 자기 혐오에 대한 반추를 증폭시킨다.
그저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제법 오랜 기간 위와 같은 신체 변화를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위와 같은 신체 변화들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자. 약물치료, 인지치료 등이 모두 도움될 것이다. 일단 빨리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더 깊은 심연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참고문헌
Fusar-Poli P, Estradé A, Stanghellini G, Esposito CM, Rosfort R, Mancini M, Norman P, Cullen J, Adesina M, Jimenez GB, da Cunha Lewin C, Drah EA, Julien M, Lamba M, Mutura EM, Prawira B, Sugianto A, Teressa J, White LA, Damiani S, Vasconcelos C, Bonoldi I, Politi P, Vieta E, Radden J, Fuchs T, Ratcliffe M, Maj M. The lived experience of depression: a bottom-up review co-written by experts by experience and academics. World Psychiatry. 2023 Oct;22(3):352-365. doi: 10.1002/wps.21111. PMID: 37713566; PMCID: PMC10503922.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blog/depression-symptom-bod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