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턴싱, 생각과 거리두기
스타트업씬에는 피봇(Pivot)이라는 용어가 있다. 피봇이라는 용어 자체는 ‘회전체의 중심점’이라는 뜻이다. 이는 흔히 농구 경기에서 공을 가진 선수가 공을 빼앗으려는 다른 선수를 피하기 위해서 한 발은 지탱한 채 다른 발을 계속해서 옮겨 딛는 플레이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스타트업이 사업의 비전은 유지한 채 비지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그와 비슷하다고 하여, 스타트업계에서도 피봇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즉, 사업의 비전과 목표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사업 전략을 변화시킴으로써 고객의 새로운 반응을 찾아내는 행위를 피봇이라고 부른다.
피봇은 그저 새로운 사업을 다시 시도하는 게 아니다. 피봇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이전에서 배웠던 점을 토대로 더 적합한 답을 찾아나간다는 것이다. 고객을 더 세분화한다거나, 과금 전략을 바꾼다거나, 시장을 바꾼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런 피봇은 쉬운 일이 아니다. 두 가지 관점에서 그렇다. 우선 피봇을 한다는 건 이전까지 해왔던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을 밑거름으로 삼아 다시 다른 시도를 해 본다는 점에서 제법 큰 용기가 필요하다. 특히 ‘이전까지 해왔던 것’이 많고, 그 기간이 길고, 쌓아둔 것들이 많다면 더더욱이 그렇다. 변화를 하려고 하면 자꾸 이전 생각이 나는 것이다.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이전에 배웠던 점’을 찾아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것도 맞는 거 같고, 저것도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어떤 확실한 교훈을 찾아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봇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잠시 줌아웃 해서 마음을 다잡고, 변화를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다시 줌인하여 그것에 전념하면 된다. 물론 한 번의 피봇으로는 성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국내외에서 유수한 기업들 중에는 수 년동안 수 차례의 피봇을 거친 팀들도 많다. 그렇다 보니 결국 중요한 건 그것을 이겨내는 끈기와 집념이다.
마음의 변화도 정확히 이와 같다. 오랜 우울증, 불안장애, 나를 괴롭히던 지난 시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음의 피봇이 필요하다. 방법은 똑같다. 줌아웃, 즉, 디스턴싱하여, 나의 생각, 감정, 신체 반응들을 잘 관찰하고, 나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이 나를 괴롭히고, 어떤 악순환이 나의 삶에서 발생하고 있는지를 이해한 뒤,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명확히 한 후, 다시 줌인하여 그에 전념하는 것이다.
마음의 피봇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개방성(openness)이 필요하다. 마음속 괴로움들을 마주할 용기, 나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과 감정들이 떠오른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을 대체하거나 제거하려고 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줌아웃, 즉, 디스턴싱된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생각이 ‘나’라고, 생각이 나의 의도를 가진 의식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서 객관적인 대상으로서 생각, 감정, 감각, 충동을 느끼고, 알아차리고, 바라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마음의 피봇에는 분명 교훈도 필요하다. 변화는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초점은 항상 지금 이 순간 느끼는 생각과, 감각, 행동에 있다. 하지만 지난 삶의 궤적을 잘 이해하고, 그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프로이트와 같이 치료의 초점을 과거에 두지 않더라도 말이다. 나의 악순환 굴레를 잘 이해하고, 나의 생각이, 부정적인 감정의 트리거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그 내용은 얼마나 정확한지,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은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이러한 내용들을 잘 분석하고 이해해야 더 건강한 피봇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혼자서 하기란 쉽지 않다. 마치 바다속에서 더 넓은 세상을 찾아 끊임없이 헤엄치는 모습이다. 혼자서 마음을 다잡고 “해보자”라고 하는 것에 비해, 심리치료가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심지어는 항우울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마음의 피봇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거리를 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나’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신체 감각은 ‘나’가 아니다. ‘나’는 그것들을 관찰할 수 있고, 심지어 그것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내가 ‘나’라고 믿어왔던 것을 거리두고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내면과 그런 관계를 새롭게 맺을 수 있다는 점. 이 관점에서 내면을 바라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생각의 내용만 바꿔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대체하려고 해서는, 자기암시에 가까운 자기확언만 해서는, 어떤 지식으로 마음을 다루는 법을 이해하며 ‘그래서 그렇구나’하고 있어서는, 안도가 되고 잠깐의 기분은 좋을지언정,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요원할 것이다.
모든 변화는 어려운 법이다.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그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빠지지도 않았다.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디스턴싱된 상태’, ‘존재 모드(being mode)(MBCT)’, ‘셀프디스턴싱(self-distancing)(CBT)’, ‘탈융합된 상태(defusion)(ACT)’에서 내면을 바라보기로 하는 것은, 그 어려운 일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방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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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턴싱은 비대면 인지치료 프로그램입니다.
- 서울의대 출신 의사 창업자를 비롯하여 많은 의사, 상담사 선생님께서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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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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