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턴싱 아티클
중요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인터넷에는 정말 많은 지식이 있다. 심리 분야∙정신의학도 마찬가지다. 이 분야에서는 특히 뇌과학 컨텐츠들이 많다. 사람들이 좋아하니 더 많은 컨텐츠가 양산되고, 컨텐츠가 많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다. 그러한 컨텐츠 중에서는 더러 인간의 정신 작용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고, 또 우울증, 불안장애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 같은 것들도 많다. 우리는 이 수많은 지식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우선 명확히 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자연과학과 임상과학은 명백히 다른 학문이라는 점이다. 자연과학은 객관적인 현상을 실험과 관찰로 설명한다. 그것을 통해 재현 가능한 법칙과자연 이론을 도출해낸다. 가령 뇌과학은 뇌의 구조와 신경회로를 탐구하고,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반면, 임상과학은 개인과 집단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개입과 치료 방법을 연구한다. 어떤 과학적 사실을 인간에 적용하는 것, 특히 질환의 치료에 적용하는 건 자연과학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단순한 생물학적 지식만으로는 임상적 변화를 보장할 수 없다.
오늘날에는 뇌과학에 기반한 설명들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온갖 뇌과학 지식들이 나오고, 그것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실천하면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삶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설명한다. 자연과학은 임상과학이 아니다. 그 둘이 같은 학문일 것이라면 의학과 생물학이 구분될 필요도 없다. 뇌과학자들이 우울증을 치료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의사가 지루하고 뻔한 통계에 매달리지 않고 최신의 뇌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하지만 임상과학은 자연과학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쥐가 그렇게 행동한다고 인간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다. 심지어는 인간의 뇌가 특정한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이, 그들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그렇게 작용하는 건 아니다. 임상과학에서는 환자의 심리 상태, 사회적 환경, 성별, 연령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임상과학은 그 모든 다른 설명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반복하여 검증해 보니, 어떠한 개입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낫게 만든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어떠한 개입이 건강 문제를 해결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엄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우울증 같은 질환은 생명에 직결될 정도로 심각하게 나아갈 때도 많다. 그러한 질환에 개입할 때에는 높은 수준의 엄밀성이 요구된다. 누군가의 건강 문제에 개입한다는 건 높은 수준의 윤리가 필요한 일이다. 의학적 개입은 대부분 무삭위배정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메타분석(Meta-analysis), 체계적 문헌 고찰(Systematic Review)과 같은 높은 수준의 근거들이 축적되었을 때 비로소 인간에게 적용될 때가 많다.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Linus Pauling은 고농도의 비타민 C가 항산화효과를 통해 항암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100명의 말기암환자에게 비타민 C를 투약했더니, 생존기간의 연장이 관찰됐다는 연구도 발표했다.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가, 그것도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하였으니 이제 믿고 열심히 비타민 C를 먹으면 될까? 하지만 이후 Mayo Clinic 등에서 엄격한 3상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한 결과, 어느 연구에서도 Vitamin C의 항암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임상과학과 자연과학은 다르다. 최근 뇌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기존의 수많은 근거들을 쌓아온 치료법들(예: 인지행동치료, 행동활성화 등)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컨텐츠들이 눈에 들어온다. 합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엄격히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우리 삶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그러한 주장에 마음 흔들리지 말고 당차게 답하자.
“흥미롭네요. 아차, 말기암에 비타민 C는 됐어요.”
* 디스턴싱을 위한 변론:
디스턴싱은 철저하게 임상적으로 근거가 충분히 쌓인 치료법들(예: CBT, ACT, MBCT 등)에 기반하여 만들어졌다. 물론 그 이론을 잘 정리하여 적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디스턴싱의 근거를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디스턴싱이 활용하고 있는 방식, 즉, 매일 주어지는 활동이 있고 그것을 전문가(또는 교육 받은 준전문가)가 살펴보고 피드백을 남기는 Guided self-help 방식은 이미 제법 많은 근거들이 축적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에서는 경증∙중등도 수준의 우울증에 대해 일차 치료법으로 Guided self-help를 권하는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또한 디스턴싱은 아직 자체적으로 근거를 만들진 않지만, 현재까지 내부 데이터에서는 프로그램 시작 7주 후 PHQ-9 우울 점수를 37%, GAD-7 불안 점수를 44%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Paired t-test, p<0.05). 물론 믿을 만한 근거는 아니다. 대조군 통제를 한 것도 아니고, 무작위배정임상시험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관찰 결과 수준의 Pilot Study다. 하지만 그 결과를 토대로 조금씩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나는 그것이 결과적으로 선행 연구들의 결과에 부합하게, 더 나아가 AI 기술을 활용했을 때 그보다 더 뛰어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추가 설명:
자연과학이 임상과학을 비판할 수 없다는 논지의 이야기는 아니다. 가령 과거에 정신질환 환자에게 행해졌던 전두엽절제술은 대표적으로 뇌과학 지식의 부재에서 발생한 결과였다. 자연과학은 언제든 임상과학을 재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많이 흘렀고, 근거중심의학이 자리 잡은 이 시점에서, 이제는 아무도 근거 없는 치료를 가이드라인으로 내세우지 못한다. 적어도 사람의 건강에 개입하는 데에 있어서는 체계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 임상과학은 물론, 뇌과학 또한 그 기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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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턴싱은 비대면 인지치료 프로그램입니다.
- 서울의대 출신 의사 창업자를 비롯하여 많은 의사, 상담사 선생님께서 참여하였습니다.
- 우울, 불안을 주로 다룹니다.
- 다음과 같은 분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고생하고 계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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