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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대한 두려움: 위로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

자기연민, 섬세하게 접근하기

by 홍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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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로 ‘연민(compassion)’을 꼽을 수 있다.


연민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가엽게 여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연민보다는 ‘자비’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연민은 그렇게 부정적인 개념이 아니다.


연민은 상대방의 고통을 인식하고 이를 덜어주려는 마음을 뜻한다. 우리는 가족 또는 친구 등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아픔을 알아채고 이에 공감하며 유대감을 쌓아간다. 나아가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라는 개념도 있다. 이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스스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태도를 말한다.


연민과 자기연민은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심리치료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건강한 마음을 가꾸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연민을 실천하기란 막상 쉽지만은 않다. 상대방에게 적절한 공감의 말을 건네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때로는 위로받는 게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임상심리학 저널인 British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는 우울 및 불안과 같은 어려움이 연민에 대한 거부감과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불안장애, 기분장애 및 건강한 대조군에서 나타나는 연민을 두려워하는 마음(Scared of compassion: Fear of compassion in anxiety, mood, and non-clinical group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연구진은 우울 또는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연민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자 했다. 본 연구에는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받은 69명, 범불안장애 또는 사회불안을 호소하는 68명, 그리고 정신과적 병력이 없는 일반인 85명이 참여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총 세 가지 측면의 연민에 대한 두려움을 측정했다:

1. 타인으로부터 연민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2. 타인에게 연민을 베푸는 것에 대한 두려움

3. 자기 연민에 대한 두려움.

또한 참가자의 우울, 불안 및 스트레스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척도를 시행해 연민에 대한 두려움과 연관성이 있는지 파악했다.


분석 결과, 우울증 또는 불안장애로 진단 받은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연민에 대한 두려움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타인으로부터 연민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연민에 대한 두려움이 두드러졌다. 또한 연민에 대한 두려움은 진단 유무와 관계 없이 우울, 불안 및 스트레스 수준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에 더해 연민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사람일수록 자기 비판 경향이 컸으며 자신을 위로하거나 다독이는 능력은 부족한 경향이 관찰되었다.


연구진은 연민에 대한 두려움과 정신과적 어려움 간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몇 가지 작용 기전을 제시했다. 타인 또는 자신으로부터 연민을 수용하는 과정은 감정적으로 열린 태도를 요하는데, 기분 및 불안장애에서 흔히 동반되는 트라우마 경험 및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이를 일종의 위협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이러한 심리적 위협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연민을 비롯한 긍정적인 정서마저 거부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 정서적 방임 또는 엄격한 양육을 경험한 사람은 연민을 공감과 따뜻함이 아니라 오히려 수치심과 연결짓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 및 불안장애에 흔히 동반되는 연민에 대한 두려움은 증상과 연관이 클 뿐더러 치료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꼭 다뤄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무턱대고 위로를 한다거나 좋은 말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과 다소 거리가 있다. 우울과 불안이 심할 때 연민에 대해 어설프게 작업하다간, 오히려 자기비판이 강해질 때도 있다. “어련히 그러겠어…”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런 이유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임상 장면에 개입시킨 최초의 시도인 MBCT는 그 주제에서 연민 부분을 제외하여 설계한 바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민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자기연민이 동반되면 생각과 감정에 대한 수용은 훨씬 더 용이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보다 단계적으로 접근하여 연민을 기술적으로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참고 문헌

Merritt OA, Purdon CL. Scared of compassion: Fear of compassion in anxiety, mood, and non-clinical groups. Br J Clin Psychol. 2020;59(3):354-368. doi:10.1111/bjc.1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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