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멍한 표정으로 창밖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햇빛도 따뜻하다. 이곳은 내가 봄날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따뜻한 봄날이 되고, 비가 오는 으슬으슬하고 쓸쓸한 날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장마가 온다. 그렇다고 내가 신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건 그냥 혼자 공상에 잠겨 있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저 배경을 설정하는 것일 뿐이다. 나무 책상에 앉아 창틀에서 앞 건물 사이 얼마 되지 않는 조각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그저 내가 생각의 폭이 자유롭게 퍼져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일 뿐이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창조를 6일 동안 마치고 쉬었다는 신의 안식일이다. 그렇지만 수없이 인간사에 개입을 하는데, 어째서 인간사에만 개입을 하고 그전에 창조한 다른 것들은 손을 대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인간사에서도 신경을 쓰면서 목표로 하는 최종 목적지가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곳을 향해 시곗바늘처럼 흘러가는 것일 테다. 그런데 굳이 그것을 위해 신이 개입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개입하지 않아도 세상을 그렇게 만들었다면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지점에서 자유의지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자유의지와 선택을 통해 신의 창조에 기여한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무엇보다 세상이 만들어가면서 다 좋았다면서 인간사에서만 수없이 좌절하고 분노하고 복수하면서도 계속해서 선택지를 들이밀고 있다. 이것을 보고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라고 말을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창조의 관점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그전에 만든 것들도 다 좋다고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생각은 계속해서 쳇바퀴 돌듯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신약으로 넘어와서 창세기에서부터 줄곧 등장하는 성령과 성자가 나와도 그다지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뭔가 끄적인다고 해서 도식이 그려진다던가 하는 것도 아니어서 한숨을 푹 쉬었다.
"무슨 일인가?"
엠이 물었다. 아까부터 쳐다보고 있던 것이 틀림없었다. 엠은 내가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으면 책이 잘 읽힌다고 했다. 이곳에도 스터디 카페가 있었다면 꼭 가보고 싶다나. 내가 사는 곳은 스터디카페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놓고 글을 쓰거나 강의를 듣는 일도 허다하니 이곳에 있었다면 타자기를 가지고 오는 사람도 반드시 있었을 것이다. 여기는 컴퓨터가 없으니까. 하지만 인터넷이 없으니 자료를 참고하려면 역시 공부는 도서관에서 해야 한다.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서가에 가서 찾아보고 베껴와야 하니까.
"타자기 소리가 없으니 오히려 신경이 쓰이나?"
내가 머릿속의 혼란이라도 좀 풀어볼까, 혹은 아예 고민을 잊어볼까 하는 요량으로 물었다. 하지만 엠은 그 가식적인 미소를 전혀 풀지 않고 대답했다.
"아니, 자네만 스스로 모르는 것 같은데 지금 쉬지 않고 한숨만 몇 번째 푹푹 쉬고 있어. 어디서 사기를 당하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글을 쓰려고 하는데 줄거리가 꼬였던가 그런 건가?"
"그런 거 아니야."
"흠... 나름 심각한 문제 같은데? 자네 세계의 정치 문제인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내 대답을 듣고 엠이 웃었다.
"그렇지, 자네가 정치 생각을 하면 한숨을 쉬는 게 아니라 얼굴에 화가 잔뜩 나 있겠지, 하하. 그럼 무슨 일인데 그러나? 자네 신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나름 재미있을지 모르겠는데?"
엠이 이제 아예 자세를 고쳐 앉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딱히 숨길 이유도 없으니까 고민도 입 밖으로 내어 무게를 덜어낼 겸 설명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간단하게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생각이 중구난방으로 튀었던 탓에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어떤 말이 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에 도착했던 생각만 간단하게 말했다.
"신은 안식일에 쉬셨대."
"응? 뭐라고?"
"창세기에 보면 신은 인간까지 창조하고 나서 일곱째 날에는 쉬셨다고 되어 있어."
"성경 이야기인가?"
"응, 맞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거야? 그 심각한 얼굴로?"
"왜? 그러면 안 되는 건가?"
"뭔가 당장 눈앞의 문제 때문인 줄 알았거든."
"이것도 눈앞의 문제 맞아,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뜻이 아니라. 아무튼, 나도 그 이야기는 아는데 그게 뭐가 문제인 건가?"
"뭐가 문제냐면, 일곱째 날에 쉬셨다고 되어 있다는 게 문제야."
"아니,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보게. 그냥 그렇게 들어서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냥 그렇게 쓰여 있는 건데 그게 문제라니?"
"봐봐, 여섯째 날까지 세상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창조하신 다음에 일곱째 날에 쉬신 거야."
"듣고 있네."
"그러면 여덟 번째 날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하신 건가?"
"무슨 활동?"
"인간사에 개입하는 것."
엠은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짓는 것 같더니 바로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네. 그렇게 되겠군. 맞는 것 같아."
나는 다시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 생각엔 그게 아닌 것 같아서 그렇지."
"왜?"
이제 임의 얼굴에는 대체 진짜 질문이 뭐냐는 궁금증으로 짜증이 서리기 시작했다. 왜냐고 물어보고선 내가 대답을 할 틈도 주지 않고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 교리는 거기서 시작된 거잖아? 유대교도 그렇고. 그건 그냥 의심하지 말아야 하는 기초적인 명제로 가득한 경전 아니야? 부분적으로는 해석이 필요하기도 하고 조금 넘겨 듣기도 해야 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거기서 글자대로라면 그런 거고 비유라면 비유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게 무슨 말인지를 나는 모르겠네."
"생각해 보게. 자네가 항아리 다섯 개를 만들었어. 하루에 한 개씩 만든다고 해 보게. 그리고 여섯째 날은 다섯 개의 작품을 보면서 쉰다고 해봐. 그러면 일곱째 날에는 뭘 하겠나?"
"이제 다 만들었으니 쉬었고, 그다음에는 두고두고 보면서 기분이 좋겠지. 팔러 나가던가."
"내 말이 그 말이야."
내 말을 듣고 엠은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자네 말이 그 말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나는 이제 아예 몸을 엠 쪽으로 돌리고 앉아 차근차근 설명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래도 머릿속에서는 뭔가가 빙빙 돌고 있는데, 그래서 당장이라도 낚아채서 그걸 눈앞에 펴서 보여주고 싶은데 도무지 잡을 수가 없는 느낌이었다.
"신은 세상을 며칠을 두고 정성껏 만들었어. 그러고 나서 하루를 쉬었지. 그런데 그다음부터 다시 하는 게 마지막 날 만든 작품을 다듬는 거라는 거야. 그건 도자기 다섯 개를 만들고 나서 하루를 쉬고 다시 다음 날부터 마지막 날 만든 도자기를 꺼내어 다듬는 것과 똑같은 게 아닐까?"
"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자네가 이해하기 시작했다니 기분이 좋군."
엠은 팔짱을 풀고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세상을 창조한 건 앞의 몇 페이지에 불과하고 마지막 날 창조한 인간을 하루 쉬고 다시 다듬는 데 뒤의 그 두꺼운 성경이 다 들어갔다는 거야. 이해 가지?"
"그래. 뭐가 문제인지 알겠어. 하지만 그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고 선택의 연속인데 그 선택을 개떡같이 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만, 그 선택을 이전에 창조해 놓은 것들을 망칠 정도로 하게 놔두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 도자기를 만들어 놓았는데 하나만 완성되고 나서 이상한 방향으로 굽어지고 흐느적거려서 계속 다듬는다는 게..."
엠의 얼굴이 환해졌다. 너무 갑작스럽게 변하는 바람에 나는 할 말을 잊고 쳐다보았다.
"뭔지 알겠네. 왜 고민했는지도 알겠고. 엘, 자네는 '3.14'같은 것을 붙들고 있었던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인가? 3.14라니? 파이 말인가?"
"파이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이상한 상황이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을 논리적으로 붙이려고 한 거 아닌가?"
"쉽게 얘기해 보게."
"엠이 자세를 고쳐 앉고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 종교를 믿지 않으니 자세히 알지 못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제삼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네. 그러니 아니면 잊어버리면 그만이고 그럴듯하면 생각을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취지로만 이야기하는 거야. 알겠나?"
"알겠으니 어서 설명이나 해 보게."
"창세기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일세. 창세기와 인간창조기. 그래서 앞의 한 장과 바로 이어지는 세 절까지는 창세기이고 그 뒤는 인간창조기인 셈이지. 인간 창조기라기보다는 인류 시작기라고 해야 할까 싶네."
"그렇게 구분하면 뭐가 달라지나?"
"흠... 구조를 보는 방식이 바뀌지 않겠나?"
"구조를 보는 방식?"
"성경은 보면 시간 순서일 수도 있고 단순히 종류별일 수도 있지만 각 책 내부적으로는 시간 순서대로 쓸 수 있으면 시간 순서대로 쓰여 있을 것이네. 그러니 창세기도 시간 순서대로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
"맞네. 그래서 일곱째 날 쉬시고 나서 이제 당장 말썽을 피우기 시작하는 인류를 다스리는 당근과 채찍이 수없이 등장하게 되지."
"그런데 그게 말이야, 책이 분리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책이 분리되면 분리된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엠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얼굴만 쳐다보았다. 마치 초등학생에게 선생님이 3+4를 풀어서 콜라 세 캔이 있었는데 누가 네 캔을 더 가져왔다면 지금은 콜라 캔이 몇 개일까? 하고 물어보고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머리에서 해답이 나올 리 만무했다.
책을 분리해서 다르게 해석이 된다? 역대기를 중간을 잘라내더라도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생길 리가 만무하다. 이미 두 권으로 분리되어 있기도 하고.
"도저히 모르겠네."
엠은 활짝 웃었다.
"책을 분리하면, 읽는 방식이 달라지네. 게다가 창세기 부분이 그렇게 짧다면 더더욱 말일세."
"그래, 불신자의 관점에서 뜸 들이지 말고 그냥 이야기해 보게. 어차피 세월이 그렇게 지났으니 더욱이 한두 명이 일이 년 읽은 책이 아니니 창세기라면 자네가 어떤 황당하거나 획기적인 의견을 낸다고 해도 역사에 그런 의견이 없었을 리는 없으니까 나도 공부해 볼 좋은 기회가 될 듯하네."
"창세기는 별도의 책이고 실제로는 그 뒤에서 인류사에 대한 다른 부분이 시작되는 새로운 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게. 한두 페이지짜리 창세기, 그러고 나서 다음 책 첫 부분에서 에덴동산이 나오는 것이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분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네."
"내 기억에는,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아니 기억이라기보다는 내가 주워들은 것이 맞다면 인류사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도 신약성경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맞나?"
"그렇네. 완전한 마지막인지는 모르지만."
"세상이 멸망하는 게 아니라 뭔가 조화로운 상태가 되는 그런 거겠지?"
"아마도 그럴 걸세."
"그것도 영원히?"
"그렇네."
"그럼, 내 생각에는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더 이상 없고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너무 당연해서 자네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네."
"모르겠으니까 이제 그냥 말해주면 안 되겠나?"
"알겠네. 세상 끝에 가서 조화로운 세상이 오면 말이지, 신은 안식일을 지내게 되는 것이네."
"음... 다시 쉰다는 말인가?"
"아니"
"안식일을 다시 지낸다는 건 무슨 뜻이지?"
"안식일을 다시 지낸다는 게 아니네."
"방금 안식일을 지낸다고 하지 않았나?"
"맞네. 하지만 그건 안식일이네."
"헷갈리는데..."
"창세기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시간 축에서 설명한 세상의 원리이네."
"그래서?"
"첫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 인간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지."
"그렇네."
"그리고 여섯째 날에 인간을 만들었지."
"그렇네."
"그리고 일곱째 날 쉬셨지."
"맞아."
"아니네."
"아니라고? 그렇게 쓰여 있는데?"
"아니네. 내가 주워들은 바를 조합해 보면 그건 틀린 문장이네. 적어도 우리 관점에서는 말이야. 신은 인간까지 창조를 끝내고 나면, 그러니까 인간을 다듬는 과정까지 마치고 나면 그다음 날 '쉬실 예정'이네."
"흠..."
"어째서 창세기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한 건지 이해가 가나? 창세기는, 그러니까 지금 창세기의 첫 장은 하나의 인덱스이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에덴동산과 아담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여섯째 날 인간을 창조한 이야기에 들어가는 것이지. 절대 안식일 이후에 일어나는 일일 수 없네. 신이 창조한 것은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만족하기 전에는 창조가 끝난 게 아닐 걸세. 이제까지 다듬어 온 이야기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실제로 어떻게 다듬어 왔고 앞으로 그 다듬은 손길을 어떻게 간직할지를 가르쳐 주는 게 그 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경의 내용일 걸세. 완전한 성경이라는 게 있었다면, 각 날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겠지. 그러나 당장 인간에게 필요한 부분은 아닐 테니 있으나 없으나 똑같고."
"그럼 창세기의 첫 장이 실제 세상을 창조하는 신의 계획표이고 우리는 그 계획표에서 '인간' 부분을 살고 있으며 성경의 나머지 부분 전체도 그 '인간' 부분에 해당된다는 말인가?"
"맞네. 그게 아니라면 다 꼬이는 거지. 지구가 딸깍, 하고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나 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게 아닌가? 하지만 우주도, 동물도 한순간에 생길 수 있는 건 없네. 의도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역시 다듬는 과정은 있었을 게 아닌가? 신이 그 종교에서 말하는 그 신이라면 다듬고 다듬어서 인간이 살기에 적합해질 때까지 하루가 지나지 않았을 걸세. 그 과정 전체를 하루라고 부르는 것일 테니까. 그렇게 본다면 인류사 역시 그 하루에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뭔가 신박한 느낌이 있기는 한데 분명히 역사 어디선가 비슷한 주장이 있었을 것 같긴 하군. 그런데 그 생각을 하고 나니 정말 그럴듯한데? 더욱이 창세기에서 어떻게 세상이 창조되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에 더 강조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넘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어."
"그렇지만 나는 불신자야. 실제로 창조됐다고 해도 나는 딱히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추켜올려주지 말게. 그냥, 고민을 깊게 하는 것 같은데 내 생각은 그렇게 고민할 만한 주제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 그리고 그것조차 불신자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네. 그리고 아까 얘기한 3.14도 같은 이야기이네. 3.14가 무엇인지 한참 찾아보았지만 단지 3장의 제목이 14인 것 같은 그런 경우라는 것이지. 얘기하고 나니 완전 다른 소리 같긴 하지만."
"아니야. 많은 도움이 됐네. 일단 의문은 없는 게 좋으니까 말이야. 적어도 종교에서는 말이지. 생각 좀 해 보지."
엠은 잠시 나를 쳐다보고 있다가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나도 다시 자세를 고쳐 앉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민에 빠져 있을 때는 하늘이 파란 오전이었는데 벌써 해가 중천에 떠서 파란색이 많이 밝아졌다. 태양이 떠오르는 건 며칠째였더라? 나는 창세기를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