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로봇들은 이제 맥락까지 이해한다.
예전에는 “A 해, B 해”라고
하나하나 입력해줘야 겨우 움직였지만,
이제는 상황을 보고 스스로 판단한다.
“이건 여기 쓰는 거니까 이렇게 해야겠네.”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이렇게 행동해야겠다.”
따로 하나하나 가르치지 않아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최선의 답을 찾아내는 것.
기술적으로는 이를 ‘제로샷(Zero-shot)’ 추론이라 부른다.
나는 여기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만약 이런 로봇들이 우리 곁을 돌아다닌다면 어떨까.
신호를 칼같이 지키고,
길거리에 쓰레기가 보이면 묵묵히 쓰레기통에 넣고,
마주 오는 사람이 있다면 살며시 길을 비켜줄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로봇을 설계하는 이들은
인간이 수천 년간 쌓아온
보편적인 도덕성과 사회를 유지시키는
아주 기본적인 ‘기본값’들을
로봇의 알고리즘에 심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미래의 로봇은 도덕의 온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질문이 남는다.
이토록 완벽하게 도덕적인 존재들 사이에서,
우리 인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말없이 줍는 로봇을 보며,
예전처럼 쓰레기를 슬쩍 버리는 일이 쉬울까.
질서를 수호하는 기계 곁에서
무단횡단이나 신호 위반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순간,
우리는 로봇을 보며
자기 자신을 한 번 더 비춰보게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로봇보다 못한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억지로라도 더 착해져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착함'은
어디선가 새로 배워와야 할
거창한 윤리가 아닐 것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잠시 내려놓았던
우리 안의 기준에 다시 손을 얹는 일에 가까울 테다.
그렇게 어른들이 기계 곁에서 다시 '기본'을 회복해 나갈 때,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책 속의 활자가 아니라,
도덕이 실제로 작동하는 장면을
일상에서 자주 목격하며 자라게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서늘한 풍경이 아니라,
기계의 ‘바른 생활’이
인간의 잠든 양심을 조용히 두드리는 풍경.
오늘은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