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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구하는회계사 Jul 10. 2021

작가들 사이에서 너 뭐하니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최근에 알게  브런치. 뭐든지  신박해 보이면 우선 가입 먼저 해보는 스타일이라 가입은 했는데 보니까  글을 발행하려면 "작가 신청"이란  해야 되네? 그래서 예전 티스토리 블로그에 썼던  하나 옮겨놓고 대충 작가 신청했더니만 거절을 당한  아니겠어? 갑자기 끓어오르는 승부욕. 솔직히 내가  쓰는 사람도 아니고, "작가"라는 타이틀 줘도 받고 싶지 않은 건데 그래도 거절당하니까 기분이 별로더란 말이야. 그래서     옮겨 놓고 이번에는  정성 들여서 (작가 신청 문답지에) 신청했더니 나도 "작가 승인"됐다.


브런치 처음에 들어오면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고 쓰여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 같다. 난 내 글이 "작품"이 될 거란 생각도 안 해봤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쓰는 글도 아니다. 그냥 내가 겪어온 것, 그 속에서 배운 것들 나눠서 읽는 사람들도 좀 더 행복한 삶 살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솔직히 딱 그 마음 하나라고 하긴 어렵다.) 중2 때 한국을 떠나 지금까지 한국어로 된 책이라고 하면 신앙서적 빼곤 2-3권 될까 말까 한데, 나한테서 한국어로 작품성 있는 글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만무하다" 정도의 단어는 들어본 적은 있으나 확신이 없기 때문에 네이버 사전에서 확인을 거쳐 사용한다.) 어쨌건 브런치는 나와 어울리는 곳 같지는 않아서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티스토리나 다시 정리할까 생각도 들었다가 "why not?"이란 마음으로 우선은 시작해보기로 했다.


글을 하나 둘 발행한 다음에 내 글을 "라이킷"해 준 사람들의 글이라든지 메인에 뜬 글이라든지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진짜로 여기 진짜 "작가"들만 글 쓰는 곳이었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내가 왜 브런치에 글을 올렸을까 다시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글 쓰는 게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오래 걸린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글도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리고 어떤 글들은 며칠에 걸쳐서 고치고 고치고 하는 경우도 많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가도 종종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는 거지?"


내 마음을 살짝 들춰보면 "좋아요"가 눌리는 횟수에 기분이 좋아지고,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라는 종류의 반응들로 나 자신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는 것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딱 그 선에서 끝나는 건 아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만을 생각했다면 차라리 농구 연습이나 드럼 연습을 미친 듯이 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난 아직도 농구 연습을 자주 하는데 그것도 생각해보면 동네 농구에서 같이 뛰는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기분이 좋아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나이또래치고는 "내가 지금 죽게 된다면"이라는 생각을 꽤나 많이 하는 편이다. 누구보다도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일찍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책에서 나오는 7개 habit 중 두 번째인 "Begin With the End in Mind"(끝을 염두에 두고 시작)는 유난히 더 많이 생각하면서 사는 편이다. 내 인생의 마지막에서 돌아볼 때 내 삶이 이 세상에 유익한 삶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나를 브런치라는 곳에서 글을 쓰게 만든다. 내가 몇 년 전 블로그를 통해 봤던 것처럼 내가 투자하는 이 시간이 많진 않더라도 몇몇에겐 깜깜한 밤길의 작은 촛불 같은 역할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딸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첫째,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 그리고 둘째, 이 세상이 그들을 봤을 때 "태어나줘서 감사한" 존재로 사는 것 이렇게 둘이다. 그리고 나의 최대 관심사는 앞에 말한 두 가지를 이루는 것을 최선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두 번째 항목은 나 자신의 인생에도 적용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현재 tax accountant(세무회계사)로써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언젠가는 직장을 옮길 수도 있겠지만 어디가 되었든 tax accountant로의 커리어를 앞으로 15-20년 더 유지하다가 은퇴하면 편하고 여유 있게 노후를 즐기다가 떠날 수 있다.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모으고 또 모은 돈으로 잘 살다가 떠나도 모자랄 거 없는 인생이 되겠지만, "태어나줘서 감사한" 존재로 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뚜렷한 하나가 이것이다. 기록하는 것. 남들이 지나가지 않은 길을 지나갔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게 있고, 또 비슷한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더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것들을 부족한 글솜씨로 잘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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