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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구하는회계사 Jul 02. 2021

난 소설을 안 읽는다

사실 티비도 잘 안 본다...

난 책을 참 안 읽고 자랐다. 공부해서 성적을 잘 받는 것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내가 내 의지로 책을 읽은 기억은 거의 없다. 마지막 읽은 소설이 고등학교 때 영어시간 숙제로 읽었던 "The Catcher in the Rye"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전히 소설(fiction)은 읽지 않는다. 가성비 때문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하려나. 내가 알기로는 소설을 많이 읽으면 상상력이 풍부해지기도 하고, 언어 구사 능력도 향상되고, 간접 경험을 통해 공감능력(empathy)이 풍부해지기도 하고, 또한 티비에서 드라마를 볼 때와 같이 재미의 요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나한테 드는 생각은 뭔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benefit 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왠지 소설은 읽고, 읽고, 계속해서 읽으면 그 결과가 아주 서서히 스며들듯이 나타날 것 같다. 내가 읽고 싶어서 찾아 읽는 책들은 다 non-fiction이다. 그중에서도 self-help book 또는 self-development book 들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딱 한 권 잘 만나면 그 순간 인생이 180도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책을 하나하나 읽어 갈수록 이 세상엔 배울게 너무 많다는 걸 더 깨닫게 되니까 책을 읽을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뭔가 삥 돌아가는 거 같은 소설보단 self-development 서적으로 바로바로 내 삶을, 또 내 생각을 향상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많고 시간은 없고 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고 해야 하나. 소설을 읽을 정도의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지 않는 건 분명하다.


지난 7년 정도 self-development 책들을 꽤나 열심히 읽어왔는데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부류를 고르자면 "성공하는 비결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책들이다. 우선 첫 번째로 흔히 강조되는 "성공"이 내가 추구하는 그것과 다르다. 돈을 많이 버는 것, 큰 회사의 리더가 되는 것,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유명인이 되는 것 등등. 그것들이 나쁜 것도 결코 아니고, 내가 그걸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것들은 내가 바라는 진정한 성공의 삶에 덤으로 얻게 되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그리고 성공이라는 건 어떤 하나의 destination 일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두 번째 이유는, 대부분 저자 본인이 가졌던 태도나 쏳아부은 노력은 곧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이건 책뿐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찾을 수 있고, 친구들의 대화에서도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고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포인트들이겠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수학공식처럼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우리가 지금까지 내린 수많은 결정들의 총집합이라고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control 하지 못하는 외부 요소들이 엄청나게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저자도 자신의 메세지에 관한 확고한 믿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그도 한 번의 인생밖에 안 살아봤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살았더니 이렇게 되었네. 너도 나처럼 살아봐. 이렇게 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위의 쓴 내용들이 크게 중요한 건 아니고, 내가 이 첫 글을 올리면서 하고자 했던 말은 이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해봤더니 이런 일들이 벌어졌네요. 당신도 비슷하게 해 본다면 당신 삶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나도 위에 언급했던 저자들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모든 문장을 "...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끝내야 하지만, 그건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 그러진 않을 것이고, 다만 내가 앞으로 쓸 대부분의 문장은 "...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의미가 포함되어있음을 미리 disclaimer로 언급해 놓고 싶었다.


내 필명을 "드럼치는 회계사"라고 해놓았다. 사실 드럼을 잘 치는 것도 아니고 드럼이 내 삶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닌데, 그냥 이것저것 어울리지 않을 만한 것들을 복합적으로 하고 있는 나 자신을 함축해서 표현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왠지 중복되지 않을 만한 아이디일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쓰고자 하는 글들의 특성상 나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하게 작용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에 대한 소개가 특별히 자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건 다음 기회에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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