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다다 Sep 07. 2021

자기를 깨닫는 시간


어떤 시도를 하게 되면, 그때 자기를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그럴 틈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세상 탓을 했지만, 내가 좀 더 다부졌다면, 그런 생각이 이중적으로 자리잡아 있었습니다. 세상 속에 살고 있으니 그런 생각은 아주 잘못됐다 할 수 없으나, 그러나 내 걸음은 내 걸음이니까요. 내가 어떤 길을 밟을지 매일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라는 말은 내 안에 답이 돼주지 못합니다. 실은 알고 있었는데, 외면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그렇게 편안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돌아보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이론 중 ‘죽음충동’을 설명한 내용을 가끔 떠올립니다. 우리는 왜 죽는 꿈을 꾸지, 꿈은 소망충족인데 왜 죽으려 하지, 이를 설명한 내용인데요. 아주 단순히 쾌와 불쾌로 세상을 나누자면, 쾌는 안정, 불쾌는 변화입니다. 죽음은 영원한 안정이므로(지금 이 세계에서는) 나의 쾌락과 안정을 위해 그런 꿈을 꾸기도 한다는 겁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던져버리는 이유도, 언젠가를 준비해보는 거라고 합니다. 거기서 겪게 될 심리적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 그 행동을 혼자 반복하며 변화와 불쾌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거라고요.


어떤 변화를 맞을 때면, 그 안에서 쿵쾅거릴 때면 그 이론을 떠올리고, 지금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 더 잘 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걸음을 내딛었지, 그래서 이제 이 불쾌할 정도의 변화와 쿵쾅거림을 어쩌지, 하며 다독이곤 하지만, 그레이트가 아닙니다. 그냥 그럭저럭 겨우 해내고, 헉헉거리고, 돌아보고, 남들도 다 이렇게 살겠지 하다가도 혼자를 돌아보며 어휴어휴와 오구오구 사이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나이 40이 돼도 아직 아기처럼 이번 생은 처음이라, 임기응변이 부족하고, 연습을 아무리 해도 아직도 비겁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자기 마음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고 있는 거지요.



예전에는 그런 나를 돌아볼 어떤 틈을 갖지 못했는데, 강릉에서 아름다운 바다와 산을 보고 그런 틈을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대자연이 주는 드넓음 속에서요. 좀 더 용기 있다면 좋지만, 좀 더 솔직했다면 좋지만, 안 그랬다고 스스로를 낮잡지 말자, 다음에는 좀 더 잘 할 수도 있을 거야, 이 비겁함을 깨닫고 좀 더 안 그럴 수 있게 될 거야, 합니다.



올림픽 경기를 한동안 열심히 봤는데, 누구나 다 실패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누구나 어떤 선택을 한다는 이야기, 그 선택은 살아온 방식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고, 지금 변화를 꾀하고자 한다면, 내 살아온 방식을 돌아보고, 내 비겁함과 품을 들여다볼 때다, 한 발 나아가는 일은 그렇게 가는 거겠지, 그러다 어디 당도할지 몰라도, 그렇게 가다 길이 끝나면 아 할 수 있는 한은 했다, 그 정도면 잘 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사회적 평가를 떠나) 그런 시간과 마주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번 생은 행복했다 말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