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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사이로 Jun 13. 2023

자기 자신의 엄마가 되는 일

어른이 되면 자기 자신의 엄마가 되어야 한다지요. 언젠가 퇴사원 주간보고 귀퉁이에 적어 보낸 기억이 납니다. 요즘 저는 스스로에게 좋은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 생각합니다. 잘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 몸도 마음도 괜찮은지 자주 살피는 일. 그런 것이겠지요?


십몇 년 전, 그러니까 사회초년생이던 시절. 출근하고 나면 물을 잘 마시지 않았습니다. 물을 마시면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지니까요. 화장실을 오가는 그 짧은 시간이 아깝고 번거로웠습니다. 개인 컵을 닦아 보관하고, 물을 뜨러 가는데 드는 시간도 마찬가지고요.


시간이 흐르고, 물 섭취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후로는 음수량에 신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습관이란 게 쉽게 고쳐지진 않더라고요. 마신 물의 양을 기록해 주고, 물 마실 시간을 알려주는 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때는 생수를 박스째로 주문해 책상 아래 두고 마시기도 했고요. 지금도 충분히 물 마시기는 매일 해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과거의 저를 엄마의 마음으로 돌아봅니다.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처럼 기본적인 생리현상도 피해 가며 일하는 제 아이가 안타까워요. 큰 컵에 물을 담아 쫓아다니며 마시게 하고 싶어요.


"한 입이라도 마시고 해. 화장실도 다녀오고. 5분 더 앉아 있는다고 지금 그 문제 해결되지 않아. 물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잠깐 스트레칭도 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다시 앉으면 해결할 방법이 떠오를 거야." 하고 말해주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가혹했던 과거를 후회하지만, 요즘도 여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종 일정 내에 소화하기 어려운 일들을 부여해요. 퇴사원이 되고 스스로를 고용하는 사람이 된 후로 다시 심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 정도 밤새거나, 야근하면 되지 뭐.'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인데 바짝 하는 게 낫지.' 하면서요.


그럴 때면 이제 제 안에 엄마를 깨웁니다. 엄마 말을 안 듣고 계속 달려 나갈 때면, 제 안의 돌봄력을 극대화시키는 반려묘 소망이를 떠올리기도 해요. 소망이가 사람이라면, 만약 이렇게 잠도 안 자고 무리해서 일한다면, 나는 소망이에게 뭐라고 할까. 아마 강제로라도 눕히겠지요. 잠깐이라도 자고 하라고, 그렇게 걱정되면 2시간 후에 깨워준다고 할 것 같아요. 너의 건강을 해칠 만큼 중요한 일은 세상에 없다고도 말해줄 것 같아요.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하지요. 저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없는 이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이기도 하고, 어머니라는 존재에게 지나친 모성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져서요. 대신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누구나 자기 자신의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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