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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사이로 Jul 04. 2023

문 밖은 여름

곳곳에 폭염특보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주말입니다. 무더위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왔지만 내리쬐는 따가운 햇빛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저는 이마에 슬며시 맺히는 땀을 닦아내며 황선우 작가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가마~~~ 있으므 마, 한 개도 안 듭다."

황선우 작가가 나고 자란 경상도 남부 지역 사투리로, '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안 덥다'는 뜻이라고 하지요.* 무더운 여름날에도 정신없이 뛰놀면서 틈틈이 덥다고 찡찡거리던 어린이, 저 같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서 주로 듣던 이야기입니다.


큰 컵에 물을 가득 담아 마신 뒤 거실 바닥에 미끄러지듯 눕습니다. 그러곤 바닥의 찬기로 열기가 남아 있는 몸을 차근히 식혀봅니다. 정말 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안 덥구나, 잠시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 행복하다,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나고 어느덧 7월입니다. 퇴사원이 된 지는 4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어제 상반기 결산을 하며 톺아보니, 그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더라고요. 그중 가장 행복한 변화는 이렇게 가마~~~이 누워 있는 동안에도 부채감이 없다는 점입니다.


전에도 게으름은 많이 피웠는데,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무언가에 빚진 마음이었거든요. 그러니 완벽하게 편한 마음으로 쉬어지지 않고, 쉬어도 쉬어도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5분만 더...' 하면서 계속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악순환이었어요. 이제는 바닥에 찬기가 가실 때쯤 옆으로 뒹구르르 돌아 눕기를 한 두 번쯤 반복하면-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하는 마음이 먹어집니다.


무언가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어딘가에서 빌려온 시간도 아니고- 이 모든 시간이 오롯이 제 것이라는 생각이 가져다준 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하나도 안 덥다."

이제 저는 그런 말을 듣는 쪽이 아니라 하는 쪽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는 기쁨을 아는 어린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요.


*황선우/김혼비,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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