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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사이로 Aug 22. 2023

고양이처럼 휴식하기

잠든 소망이의 엉덩이를 토닥이거나 뒤통수를 쓰다듬으면, 소망이는 화답하듯 꼬리를 흔듭니다. 어느 때는 꼬리의 끝부분만 살살, 또 어느 때는 꼬리를 크게 살랑여요. 캣타워에서 한가롭게 낮잠을 즐길 때도, 침대에 누워 본격적인 수면에 돌입했을 때도, 제 곁에 앉아 꾸벅꾸벅 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로 자는 게 아니라 눈만 감고 있는 건가?'

근데 그러기엔 너무 잠든 상태 같아 보이거든요. 막걸리 됫병을 시원하게 마신 뒤,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낮잠을 푹 주무시는 할아버님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쉬울 거예요. 배 위에 양손을 착 올리고 이쪽저쪽으로 돌아누우며 약간의 코골이를 합니다. 중간중간 입으로 짭짭거리는 소릴 내는 것도 잊지 않고요. 근데 그러다가도 제 손길이 스치면 성실하게 꼬리를 흔들어줘요. '어이고, 좋다!' 하듯이요.


고양이는 참 신기합니다. 소망이와 함께 산 지 5년 차가 되었는데도, 저는 여전히 매일 이 작은 고양이가 신기하고 또 귀엽습니다. 그래서 자꾸 관찰하게 된다는 변명 같은 자랑을 해봅니다. 지난 6월의 퇴사원 주간보고에도 소망이를 관찰한 내용을 써서 보냈었지요, 고양이처럼 생각하기라는 제목으로요. 오늘은 그 후속 편 고양이처럼 휴식하기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개체와 환경,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고양이는 보통 하루 중 16시간에서 20시간 정도를 수면에 할애한다고 합니다. 새끼 고양이나 노묘는 20시간 정도를 자고, 성묘는 통상 16시간 정도를 잔대요. 그러니까 한창 왕성한 시기에도 인간의 2배 이상을 자고, 하루 중 70%에 가까운 시간을 자는 데 쓰는 거죠.*


고양이는 몸을 기댈 아주 작은 공간만 있다면 몇 초 만에 잠들 수 있어요. 몸을 기댈 곳이 여의치 않으면 양손으로 턱을 괴거나 자신의 한쪽 팔을 벤 채로 잠들고요. 땡그란 눈으로 여기저기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느려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부턴 수면상태입니다. 고양이가 잠드는 모습을 보면 부러워져요. 언제 어디서든 불면이라고는 모르는 존재처럼 순식간에 잠의 세계로 진입하니까요.


문제는 쉽게 잠의 세계로 진입하는 만큼 쉽게 튕겨져 나오기도 한다는 것인데요. 고양이들은 아주 작은 자극에도 놀라 잠에서 깹니다. 소망이는 제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 티슈를 뽑는 소리에도 놀라 깨거든요. 애초에 깊게 자는 상태는 아닌 것이지요. 사실 소망이가 잠결에 꼬리를 흔들어주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완전히 잠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제 손길을 인지하는 걸 테죠. 실제로 고양이의 수면 대부분은 선잠이라고 해요. 스무 시간 가까운 수면 중 깊은 잠을 자는 시간은 서너 시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야생 상태에서는 여러 천적에게 쉽게 노출되고, 깊은 수면상태에서는 대처하기 어려우니 이렇게 선잠을 자는 습성을 가지게 된 것이죠.


지혜로운 고양이들은 환경이나 상황을 탓하지 않더라고요. '우린 왜 이렇게 천적이 많아?', '왜 맨날 도망만 쳐야 돼?', '왜 자도 자도 피곤해?'라고 불평하지 않는 모습이에요. 대신 얕은 잠을 자야만 하는 자신들의 현실을 인지하고 더 길게, 더 자주, 더 쉽게 자는 방식을 채택한 것 같습니다. 작은 자극에도 경계 태세를 갖추지만, 휴식의 순간에는 천적의 공격 따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유롭고 평화롭게 휴식을 누리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신기합니다. 스스로와 환경에 맞는 휴식법을 찾고, 온전히 그 휴식을 누리는 법을 아는 존재들 같아요.


새삼 또 소망이가 존경스럽고 멋져 보입니다. 고양이들은 바삐 사는 현대인들이 휴식의 귀감으로 삼을 만한 존재가 아닐까요?


*출처 :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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