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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신난다 Nov 02. 2021

멸치와 고등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멸치>


바쁜 젓가락, 숟가락, 

얼마 전에 어머님이 보내 주신 고추장 돼지고기에 양파, 당근, 파를 더 넣어 잘 볶고 이야기 반찬과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었다.

아이는 돼지고기볶음을 좋아한다. 그런데 먹지 않고 한참 동안 식탁의 반찬들을 살피더니 이내 질문을 한다.

“엄마, 왜 멸치는 한 마리씩 안 팔아? 이렇게 맛이 좋은데...”

그러면서 멸치를 한 입 가득히 넣는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고등어는 한 마리씩 파는데 멸치는 상자로 팔잖아. 이렇게 맛있는데 어떤 멸치 인지 알고 먹어야 하는 데, 맛있으니까 그냥 마구 먹게 되잖아.”

아이가 던진 재미있는 이야기로 즐거운 식사를 했다. 

그런데 나도 멸치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멸치 볶음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맛있는 멸치를 아이의 손자가 먹고 그 손자도 또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을 때 많이 망설이다가 여수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수 밤바다’ 노래를 들으며 숙소에 도착하여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이곳저곳을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로 바닷가에서 놀이를 하기로 했다.

수경을 끼고 바닷속으로 점프! 새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훨~훨~발을 움직이는데 발목을 뭔가가 휘감는다. 놀라서 손으로 잡아 채니 풀어진 밧줄 조각이다.

걸을 때마다 발에 걸리는 것은 안타깝게도 쓰레기들이었다. 여러 뉴스와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보다 심각한 느낌이었다.

모래사장에도 쓰레기들이 많아서 아이와 함께 쓰레기를 모아 보기로 했는데 30분도 되지 않아 많은 쓰레기들을 모았다.

바다를 청소하는데 아주 작은 보템이 되었겠다는 작은 뿌듯함으로 쓰레기 버리는 곳을 찾았다. 

바다를 지키고 있는 구조대, 마을 어른들이 모여있는 관리소, 매점 등에 쓰레기 버리는 곳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모두 입을 모아 하는 말은 “그냥 거기 두세요.”

사람들은 쓰레기 모아놓은 것을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아이와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예전에 바다에 왔을 때도 이랬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바다를 위해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시간이 늦어지면 아이가 좋아하는 멸치를 먹을 수 없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의 양볼 가득히 밥과 멸치를 먹는 모습이 과거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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